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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Mar 09. 2021

여기가 더블린인가요?(2)

아니 추워도 너무 추워요!

 지난 글에 이어 난 힘겨운 여정을 거쳐 러시아에 도착했고 정말 황급히 아일랜드 가는 비행기로 환승했다. 여기서도 일이 있는데 누가 봐도 범죄자처럼 생긴 아저씨와 항공사 직원이 실랑이를 벌였다. 2년 전이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여권 관련해서 문제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그 아저씨는 못 들어가고 또다시 6시간의 비행이 시작됐다. 다행히 작은 비행기에는 사람이 적었고 조용하게 갈 수 있었다. 


러시아 공항은 깨끗했는데 이상한 냄새가 좀 났다.


 나는 언어를 전공해서 언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난생처음 러시아말들만 들리는 곳에 있으니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뭔가 러시아 말이 궁금해서 공항직원이 기내식을 줄 때 러시아 말로 다 물어보길래 옆에 있던 여자분에게 뭐라 말하는지 물어봤다. 치킨 먹을거나 비프 먹을 거냐고 물어보고 있다고 말해서 치킨 달라고 해서 먹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외국인만 보면 긴장하던 나에겐 강렬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긴 여정이 끝나고 드디어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아주 늦은 저녁에 도착해서 매우 깜깜했다. 호스트에게 나 좀 늦을 거 같다고 말해놨긴 했는데 일단 도착하고 나니 버스 탈 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에서 돈아 끼면 안 된다는 지난 교훈을 따라서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는 루마니아 사람이었는데 계속 말을 걸었다. 동양인이 신기했다보다. 역시나 외국인의 한국사람 국민 질문인 Where are you from?, Korea!?, Which Korea? North or South를 시전 했고 나는 피곤해서 그런지 살짝 짜증 나서 구시렁대었다. 왜 외국사람들은 그걸 다 물어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너희도 알다시피 북한은 해외여행의 자유가 없다고. 아저씨는 좀 당황했는지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갑자기 아저씨는 4개 국어를 한다고 언어에 관심 많다는 이야기와 자신이 왜 여기 왔는지에 대한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며 나를 심심하지 않게 해 주었고 그 사이 호스트 집에 도착했다. 이때 하마터면 트렁크 짐을 놓고 내릴뻔했는데 아저씨가 친절하게 나를 부르며 너 짐 가져가야 한다고 말해줬다. 진짜 망할 뻔했다. 호스트 수잔은 할머니였고 너 늦게 온다고 해서 늦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빨리 왔냐고 물었는데 나는 생각보다 피곤해서 택시를 탔다고 했다. 오자마자 수잔이 여러 주의할 점을 알려줬는데 정신이 없어서 잘 이해를 못했다. 아니 그래도 영어과라 영어는 엔간하면 알아듣는데(참고로 말은 못 함)  진짜 안 들렸다. 특유의 사투리라고 해야 하나...? 알아듣기 힘들었다. 이 점은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이어졌다. 영국에서는 거의 못 알아 들었다. 해리포터 볼 때 꽤 알아들었는데 역시 실전은 다르다. 말을 너무 빨리함.  


내가 묵었던 동네인 버먼트는 정말 조용한 동네였다.

아침에 한 7시쯤 일어나서 수잔에게 어색하게 인사하고 아침을 먹었다. 수잔은 친절한 분이었다. 이런저런 아일랜드 이야기를 해줄 뿐 만 아니라 자신의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줬다. 이 것과 별개로 난 정말 숙소가 마음에 안 들었다. 단 한 가지! 추워도 너무 추웠다.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함에도 내가 7시에 일어난 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이후에 한국인 친구를 만나 알게 되었지만 새벽에 난방에 꺼지는 것은 아일랜드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상상도 못 할 일. 가장 추울 시간에 난방이 꺼지니 당연히 자연스럽게 추워서 눈이 떠질 수밖에. 수잔이 어제 잘 잤냐고 물었는데 나는 웃으면서 잘 잤지만 좀 추웠다고 하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럴까 봐 블랭켓 가져다 놨는데 못 봤냐고 하는 것이었다. 아니 블랭켓? 담요? 그 얇은 담요로는 추위를 못 막는다고 수잔.... 나는 이렇게 말하지는 않고 아하 하며 그저 끄덕였고 여행 내내 패팅입고 잠을 잤다.  


세인트 패트릭 성당을 가장 먼저 갔다.


 첫날은 가볍게 더블린 시내를 구경 나왔다. 입장료가 공짜인 세인트 패트릭 성당을 갔고 역시 공짜답게 별 감흥은 없었다. 사실 유명한 성당 몇 군데를 더 갈까 했는데 여기 보고 더 이상 성당은 안 갔다. 성당보다는 처음 보는 유럽 시내를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실로 내가 유럽에 와있는 건가. 역시 교과서에서 보던 것처럼 오래된 건물도 많았고 따닥따닥 붙어있어서 방음이나 될는지 걱정되었다. 그래도 막 복잡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사진으로 보면 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보고 나와서 나는 희대의 맛집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름하여 bite of life.


와 진짜 맛있어서 말이 안 나왔다. 아니 샌드위치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는 건가 싶었다. 아일랜드 가는 사람들 중에 꼭 여기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생긴 샌드위치인데 이제 맛은 생각 안나지만 진짜 맛있어서 행복했던 거 억만 남아있다. 돌아와서 이튿날은 시차 때문에 잠만 잤고 3번째에 대망의 기네스 공장을 가게 되었다. 다음은 기네스 맥주 공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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