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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Mar 20. 2021

당신이 만약 유럽에서 관광버스를 놓쳤다면(6)

가장 당황했던 하루, 하지만 다행이었던 하루

 이 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날이었다. 더블린 근교에서 다녀볼 곳은 돌아봤다고 생각해 지방으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찾을 수 없는 곳을 물색했고 유럽의 성, 킬케니 성과 수도원, 글렌달록 수도원을 관광하기 위해 관광버스를 예약해두었다. 9시 출발이라 좀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추워서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수잔 할머니 너무 추웠어요...!



사진만 봐도 일찍 일어났다는 게 보이고 관광을 하면 많이 못 먹을 것 같아서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맥도널드를 갔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조금 보이고 한국처럼 정말 많은 인파가 움직이지는 않았다. 이제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문제가 여기서 발생했다. 전광판에는 버스가 온다고 쓰여있는데 버스가 20분째 오지 않았고 버스 정류장을 옮겨 다른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버스가 나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버렸다. 와 정말 이때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버스를 탔으면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버스를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택시를 잡고 싶었지만 잡히지 않고 나는 발발 동동 굴렀다. 그렇다고 더블린까지 걸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날이 점점 밝자 출근하는 사람이 들어 버스가 막히기 시작했고 나는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급해서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렸고 나는 정말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전력 질주했다. 장소에 도착해보니 9:00, 주위를 둘러봤지만 버스는 온데간데없고 나는 이미 떠났다는 걸 직감했다. 정말 망연자실이었고 정말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정말 뭐 같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관광 안내소를 들어갔다.


버스를 놓치고 처음 갔던 카페, 뒷골목 정말 찾기 힘든 곳에 있다.


들어가서 사색이 된 채로 버스를 놓쳤다고 이야기했고 정말 의외로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정말 생애 처음으로 언성을 높이며 영어를 했지만 아마 내 표정이 모든 걸 이야기해준 것 같았다. 직원은 내 말을 듣고 너무나 친절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관광 회사에 전화를 걸어 내일로 미뤄주었다고 말해줬고 계획이 틀어진 나에게 주변에 갈만한 곳을 추천해줬다. 순간 지옥과 천당을 오간 느낌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두 시간 동안 초조함이 극에 달했는데 안내소 직원과의 10분의 대화로 마음이 진정되니 짧은 순간에 감정의 격차가 컸었다. 밖을 나와보니 숙소와 달리는 도심은 정말 분주했다. 만약 내가 돌아서 취업을 한다면 이런 아침을 계속 맞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가고자 했고 미술관을 찾았다. 



정말 큰 미술관이었고 근데 뭘 봤는지는 생각이...


나도 사진을 보고 국립 미술관인 걸 알았다.

 이 날은 거의 더블린을 걸어서 구석구석 다녔다. 거의 서울로 치면 강서 지역을 온통 쏘다니고 다닌 느낌이었고 엄청 허기가 졌다. 배도 채우고 놀란 마음을 진정 더 진정시키고자 밥을 좀 돈을 주고 먹었다.


전형적인 서양식 아침

피쉬앤칩스에 이어 전형적인 유럽 아침을 먹게 되었다. 포리지에 소시지에 구운 토마토에 계란 등등. 저 쿠키 같은 건 쿠키는 아니고 좀 이상한 맛이었던 것만 기억난다. 참고로 난 반숙 안 먹는데 계란이 반숙이라 좀 그랬다. 우아하게 차도 마시고 나름 좋았다. 종업원도 친절했고 하나 특이한 건 화장실이 지하 으슥한 곳에 있어서 무서웠다.



내가 갔던 음식점.



무슨 국제 은행이었던 것 같다. 바로 이 옆에 내 다음 목적지가 있었다.



무슨 국립공원에 왔고 정말 엄청 컸던 공원이다. 거의 뭐 놀이공원 크기. 정말 신기한 건 사슴이 널려있다. 그리고 우리에 있는 것도 아니다. 내 메인 사진도 여기서 찍은 사진이다.



다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여기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데 가운데에 큰 길이 나있어 쭉 직진으로 달렸다.



정말 높은 탑이 있는데 정말 높다. 63 빌딩인 줄.



이 정도로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날이 추워서 얼굴이 얼었음.



사실 공원이 뭐 크게 볼 건 없어서 주변을 돌아다녔다. 여기는 정말 큰 기차역. 마치 해리포터 보는 줄 알았다.



그리고 또 미술관을 갔다. 그림 보는 건 좋아하긴 하는데 하루에 두 곳을 즐길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아닐 걸로 판명.



이런 건물 양식을 보니 유럽에 오긴 왔나 보다. 사진을 왜 이따구로 찍었지. 저녁에는 다시 도심으로 와 집으로 갈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강서에서 버스터미널로 걸어온 느낌이랄까. 정말 많이 걸었다. (버스비 아끼려고)



오는 길에 무슨 장난감 가게가 있어서 둘러봤다. 지하까지 있어서 2층짜리였고 제법 컸다.



아일랜드에서 보는 피겨.



아일랜드에서 보는 이누야샤! 이건 귀하군요. 생각보다 일본 만화책이 많았다.



몬스터도 있다. 이때 몬스터를 본지 얼마 안 되어서 찍었다.



도쿄 구울도 있다. 엥간한 유명한 만화는 거의 다 있었던 것 같다. 아일랜드에서 일본 만화책이라니 새삼 신기했다.



도심 한가운데 하이네켄 건물이 있다. 아니 기네스의 나라에 하이네켄 건물이 정말 도심 한가운데 있어 의아했다. 찾아보니 하이네켄은 네덜란드 회사였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마치고 이제 정말 다음날 킬케니 성을 가게 되었다. 내일은 더 일찍 나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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