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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Jun 06. 2021

처음으로 회사에 갔습니다.

오직 미래의 나만을 생각한 나침판 같은 기록

  처음으로 회사라는 곳을 갔습니다. 정규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회사라는 곳에 출근을 했습니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어디라도 몸 담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이 결정 이후 얼마 안 가서 출근을 했습니다. 다행히 집하고도 가까워서 조금 부담을 덜고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을 판교에 있는 사옥에서 봤는데 비교적 새 건물이라 이런 곳에서 근무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하고 높다란 건물들이 하나하나 제각기 사명을 달고 있는 모습은 참 장관이라고 하면 장관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출근 첫날은 긴장을 해서 그런지 정말 군기가 바짝 든 군인처럼 굴었습니다. 사실 저는 군대에서도 군기를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오랜만에 낯선 환경에 가니 절로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사옥에 들어서자마자 이경의 마음으로 예 알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이런 딱딱한 말투로 사람들을 대했습니다. 수직적인 직급 체계가 있는 곳에는 이 만한 호감 사는 코스프레가 없기 때문입니다. 뭔가 바짝 긴장한 것 같고 뭘 시켜도 열심히 할 것 같은 전투태세. 제가 근무한 곳은 개발 부서였습니다. 개발팀에서 개발 보조와 사무 보조 업무를 맡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를 전공해서 전혀 연관이 없는 곳이었지만 저는 영어로 그다지 경쟁력이 있는 편이 아니라 힘든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 긴장감이 서서히 가라앉아가고 이제 막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짧으면 짧지만 첫 경험은 언제나 많은 생각거리를 주기에 글을 남깁니다. 미래의 저를 위해 깨달은 점을 여기 적어 두고 회사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참고사항으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1. 회사는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곳이다.


 9 to 6라는 말 정말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 정도 시간이면 투자할 만 하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 직접 지내보니 이게 안 지켜지면 정말 다른 생활은 꿈꾸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인생은 회사에 다니기 위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9시간 그 이상의 시간을 회사를 위해 보냅니다. 회사까지 4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 잡고 출발하고 퇴근길은 막혀서 1시간 꽉 채워 시간이 걸립니다. 회사로 인해서 우리는 거의 하루 11시간을 투자하고 사는 겁니다. 아마 더 걸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회사가 나쁘다는 결론을 내려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시간은 투자하는 만큼 정말 제가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많은 듣던 이야기지만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냥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많이 하던 말씀이셨죠. 근데 8시간을 앉아서 기계를 조립하고 리스트업하고 실험을 위한 잡무, 게다가 그다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다 보니 현자 타임을 자주 왔습니다. 현타를 겪고 퇴근을 하면 정말 지쳐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던 일들이 더 생각나고 소중해졌습니다. 저는 현타가 올 때마다 참 글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지금 소중한 주말의 시간에 창문을 열어 두고 밤공기 속에서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뭐 글쓰기로 돈 벌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이 외에 좋아하는 일로 혹은 흥미 있는 일을 찾아 돈을 벌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있는 부서에 다른 분들은 매일 같이 야근을 하는데 이미 당연시돼있는 것 같은데 만약 저도 이런 상황에서 괴로운 일을 한다면 못 버틸 것 같습니다. 



2. 현실 감각이 긴장 상태에 놓인다.


 취업 준비만 할 때는 참 무기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때도 지금도 중요한 시간들이었이지만 집 안에서 자소서와 씨름할 때는 영혼이 죽어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밖을 나와서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현실 감각이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고 오랜만에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이게 사람의 삶이 구나 싶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도 자주 이야기할 친구를 만날 기회로 사라지게 됩니다. 다시금 조직 사회에 들어오니 사람 사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란 게 이거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좋은 감각만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규직과 계약직의 간격은 시시때때로 느껴지고 오히려 고독함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을 사람도 아니며 깊은 업무 이야기를 나누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금 1번 주제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납니다. 내 전문성을 어디서 키워야 할까? 나도 내가 잘하는 것들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결론에 도달하고 실행에 옮기고 싶다. 돈은 어느 정도 벌어야 하는 걸까? 결혼은 아마 어렵겠지? 저 사람은 나이도 어린데 벌서 직급이 높구나 등등 머릿속에 생각이 점점 차오릅니다. 사람이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어떻게 내 인생만 따져보며 살 수 있나요. 같이 사는 삶 속에서 한 번쯤 비교해보는 건 당연한 거겠죠. 현재 저의 현실 감각은 긴장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저는 이 기분이 저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 주어 아직까지는 좋습니다. 허나, 이런 생각에만 매몰당하지 않게 잘 조절해야겠지요.


3. 꾸준히 하면 경력이 되고 경력이 안되더라도 다른 길이 열린다. 


 제가 길게 일을 한 적은 이 전에 스타벅스 밖에 없었습니다. 거짓 2년의 시간을 보냈으니 살아온 시간을 생각하면 꽤나 긴 시간을 함께한 것 같습니다. 학생 때는 종종 음료를 사 먹으러 갔었는데 이제는 진짜 비싸구나라고 생각하며 갈 엄두도 안 납니다. 물론 일하면서 질리게 먹었더니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스타벅스를 다니면서 현타가 온 적은 없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정말 현타가 자주 왔습니다. 기기를 조립할 때나 때로는 일이 없어 멍을 때리고 있어야 할 때나 정말 괴로웠습니다. 원체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낯선 환경임에도 금방 적응해서 정말 열심히 조립하고 문서 작업하고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에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한 2주 차 되던 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다음 날 하소연하고자 친구를 만났습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회사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는 계속 다녀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사실 굳은 결심을 이미 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금방 관두면 아무것도 안된다고 만류했습니다.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경험으로 녹여 쓰기도 어렵고 어느 일이든 얻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깨닫기에는 짧은 시간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아 별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다음 날 회사에 또 출근해서 어제의 대화를 생각해보니 너무 지금 현재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봤습니다. 일단 시간을 들여서 여기서 왔는데 금방 그만두는 것도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이런 일이 안 맞으니 어떤 일이 나한테 맞을지 고민하게 되었고 작은 업무 속에서 어떤 점을 어필할 수 있는지 생각이 물고 물어 이어졌습니다. 기계를 잘 조립했으니 흔한 꼼꼼함을 색다른 경험으로 녹일 수도 있겠고 문서 작업을 하면서 실무 엑셀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도 들고 그래 해보자는 생각이 솟아올랐습니다. 솔직히 말하면서 저는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생각을 긍정적으로 뻗어가는 것을 보고 신기했습니다. 여기 경력을 쌓아서 또 어디를 쓸까? 어떤 업계가 나에게 맞을까? 한 번에 목표한 직군을 못 가더라도 돌아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길이 열리는 것 같아 답답함이 한결 가라앉았습니다.


4. 생각보다 회사는 재미있는 곳이다. 


 아마 대부분의 글이나 영상 매체는 회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만 해도 일요일만 되면 회사 가기 싫다는 이야기가 넘쳐흐릅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일요일이 이렇게 괴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지 몰랐습니다. 마치 타기 싫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급경사를 기다리는 마음이랄까요. 근데,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저는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뭐 병따개를 숟가락으로 딸 때나 인정받을까나요. 하루 오늘 열심히 일하고 사수의 오늘 정말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뿌듯하고 내일이 기다려졌습니다. 제가 하기 싫은 일도 칭찬받으면 기분이 좋은데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잘 해낸다면 어떨까요? 정말 일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될 때도 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세상은 제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고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만 주어질 때도 있고 잘못해서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심지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열심히 한 일이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일만 생기지 않을 테니 걱정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세상은 의도치 않은 불행과 행복을 동시에 주니까요. 이 것을 인정 혹은 이해하고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잘 해내려고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한 방향성과 현실의 방향성이 맞는 순간 회사가 참 재미있는 곳으로 변모할 것이라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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