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피며 자라는 어른 3
저녁마다 아빠는 언제 오냐고 물어보는 셔니. 막상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시큰둥하다. 조금 심한 날은 아빠를 밀치거나 때리는 등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아빠랑 더 많이 놀고 싶은데 평일에는 조금밖에 못 보는 서운함과, 기다리던 아빠를 드디어 맞이했거늘 이제 잘 시간이라며 씻기려고만 하는 아빠에 대한 원망. 사랑이 큰 만큼 셔니는 아빠가 많이 미웠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하원 길에 아빠와 아이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시현아, 아빠도 밝을 때 회사 일 빨리 끝내고 집에 오고 있어. 그런데 아빠 회사는 저~어기 너무 멀리 있어서 버스 타고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려. 아빠도 시현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버스 기사님께 빨리 가달라고 했대.
그러니, 오늘 우리 아빠 오면 반갑게 맞아줄까?"
이해를 한 것인지, 무슨 말인지 생각하는 건지, 그날 저녁 아이는 더 이상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남편이 퇴근한 뒤, 아이와 책을 읽고 있다가 무릎 방석할 기회를 남편에게 넘겼다. 평소 같았으면 엄마가 읽어달라고 떼를 부렸을 텐데 셔니는 흔쾌히 아빠 무릎 위에 앉아 책을 펼쳤다. 한 번은 고성이 나와야 시작할 수 있는 샤워 시간도 그날따라 순조로웠다.
오래간만에 부녀가 사이좋게 샤워 중인 화장실에서 여러 대화가 들려왔다. 거짓말이 어느 정도 먹힌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러다 아이의 한 마디에 하던 설거지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빠, 우리는 떨어지지 말자 알겠지? 사랑하니까"
이 말이 마치 나에겐 "우리는 사랑하니까 떨어져 있어도 떨어져 있는 게 아니야"로 들렸다.
하루종일 아이와 떨어져 지내다, 저녁이면 잠깐 스치듯 나누는 아쉬운 시간들을 꼬옥 보듬아주는 말이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꼭 붙어있을 거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하루종일 꼬-옥 붙어서 떨어지지 말자 아가야.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사랑도 잘 보이지 않던,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의 마음에 사랑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