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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Sep 12. 2022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을 따라하지 마라.

유튜브 신사임당을 정주행 중인 30대 청년이 있다. 신사임당은 (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와 노하우를 알려주는 채널이다.


그는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의 삶을 따라 해야 한다며, 열심히 유튜브를 보고 필기를 한다. 추천 필독서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앞으로는 이거 모르면 큰일 난다며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에 열을 올린다. 읽어야 할 책, 결제해 둔 유료 강의는 쌓여만 가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끝도 없는 배워야 할 거리로 그를 안내한다.


그의 꿈은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다. 일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돈이 들어오는, 이른바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은퇴를 한 후 돈과 상관없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고 했다.


(그가 정리한)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1. 부동산 : 원룸, 오피스텔, 꼬마 건물주, 건물주의 단계를 거치며 임대 소득으로 자동 수익을 만듦

2. 주식 :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우량주를 열심히 사 모음. 배당 수익으로 자동 수익을 만듦

3. 사업 : 오너의 역할을 최소화한 형태의 사업을 구축해 자동 수익을 만듦

4. 투자 : 이미 잘 굴러가는 회사에 지분 투자의 형태로 자동 수익을 만듦. 장기 투자의 방식으로 금, 미술품 등을 사 모으기도 함.


부자들은 위의 방법 중 하나로 돈을 벌고, 큰 부자들은 보통 이 네 가지를 모두 한단다.


자기 같은 흙수저가 사업가나 투자가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선 일단 밑천- 시드(Seed) 머니를 모으는 게 순서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 강의를 듣고, 휴일을 반납하고 투잡을 뛴다.


열심히 살아서 나쁠 건 없지만, 갈수록 퀭해지는 청년의 눈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게 꼭 부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일까? 삶에 대한 의욕의 강도를 높일수록 생기를 잃어가는 그에게 나는 진지하게 묻고 싶었다.


당신 삶의 목적이 뭐예요?

당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뭘 하고 싶은지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낚시나 하면서 살고 싶어요. 비즈니스 클래스로 실컷 여행을 다닐 거예요. 좋은 집에 살며 친구들을 불러 매일 파티를 하고 싶어요.'정도의 대답을 한다. 그건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 여가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이다. 낚시도 여행도 파티도 매일 하면 지겨워진다.


인간은 나만 즐거운 것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작던 크던 세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을 때 존재감을 느끼고 행복해진다. 그래서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저마다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재능을 발휘해 이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 각자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이다. 그것을 성경에서는 달란트, 불교 경전에서는 다르마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열심히 살고 있지만, "당신이 이 세상에 온 목적은 뭔가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 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일 매일을 관성대로 살면서 "몰라요. 나는 잘 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요." 라고 대답을 회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끊임없이 질문해봐. 가슴속에 뭔가가 둥실 떠오를 때까지. 끝까지."


길을 떠나려면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걷는 것.

다른 사람을 따라 걷는 것.

그러다가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봐 하며

또 다른 사람의 길을 따라가는 것.

그것을 우리는 방황이라고 한다.


우리가 평생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이유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길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하라니까 공부를 하고, 성인이 되면 남들 눈에 번듯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일을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덕분에 상황은 점점 나아지지만 도무지 만족이 되지 않는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돈도 제법 벌었는데 삶이 내 것 같지 않고 마음이 허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삶의 목적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뭘 하고 싶은 지 알아야 한다. 나는 뭘 할 때 가장 즐거운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재능으로 이 세상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지. 그것을 아는 것이 시드머니를 모으는 것보다 천배 만배 더 중요하다.  


Surrender to the flow

흐름에 몸을 맡겨라.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자신의 달란트, 다르마, 목적을 찾아 그 길에 오르면 신기하게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려움이 닥쳐도 목적지에 이르는데 필요한 과정으로 느껴져 고생스럽지 않다. 일이 일로 느껴지지 않고 놀이로 느껴진다. 생각지도 못한 우연이나 인연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길이 나타난다. 한마디로 흐름을 탄다는 게 이런 상황이다.


그 흐름을 가로막는 것은 바로 나의 생각이다. 우리가 현실적, 합리적이라고 믿는 그 생각 말이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꽤나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 대부분의 결정은 습관과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 자신이 자라온 환경, 속해 있는 사회의 문화와 관습, 그 속에 살며 쌓인 경험으로 무의식이 형성되고 우리 결정과 행동의 90% 이상은 그 무의식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가슴이 뛰는 일을 하기보다, (자기 그릇 안에서)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는 일을 선택한다. 내 가슴이 하는 말보다, 이미 검증된 성공한 사람들, 유튜버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나도 그랬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질수록 나는 성공한 사람들의 회고록이나 자기 계발서를 미친 듯이 읽었다. 그 책에서 부자들이 말했다. 돈을 벌려면 돈과 친해져야 한다고. 회계 장부를 꼼꼼히 기록하고, 경제 뉴스를 탐독하고,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정기적으로 주식을 사 모으고,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그래 한 번 해보자! 하고 그들을 방식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샌가 힘이 빠지고, 열등감이 느껴졌다. 나는 장부는커녕 통장 내역 보는 것도 귀찮은 사람이다. 경제 신문을 보면 자꾸 딴 생각이 나고, 역사책을 읽으면 잠이 솔솔 온다. 주식앱을 깔다가 골치가 아파서 포기하길 몇 번째. 재무제표는.... 우리 회사 것도 잘 안 보지 않는다. 나는 정녕 부자가 되기는 그른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성공으로 이르는 각자의 길을 가지고 있다. 백종원은 요리사이자 사업가로 성공했지만, 과학자로 성공하지는 못 했다. 조수미는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었지만, 문학의 거장이 되지는 못 했다. 주식으로 성공한 사람은 재무제표를 읽는 게 재미있는 사람이다. 내가 아니다. 부동산으로 성공한 사람은 밤낮으로 상권을 분석하고, 건물을 보러 전국 팔도를 누비는 게 재미있는 사람이다. 내가 아니다.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다양한 변수를 해결하는데에서 아드레날린을 얻는 사람이다. 내가 아니다.


왜 우리는 스스로에게 내가 아닌 것을 강요하며, 자괴감을 느끼는 걸까?

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끝없이 질문하지 않는 걸까?

왜 하고 싶은 일과 돈 버는 일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걸까?


불타는 의욕으로 삶의 생기마저 태워가고 있는 30대 청년의 모습은 사실 과거의 내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스스로를 혹사시키며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었던 나. 늘 애쓰던 삶에 제동이 걸린 것은 뜻하지 않은 사건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긴 얘기라 쓰지는 않겠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모든 노력을 중지했다.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될 대로 돼라 하는 마음으로 하루 종일 마당의 잡초를 뽑았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돌아보면 삶의 기적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여느 때와 같이 눈앞의 잡초를 뽑던 어느 날. 허리가 아파 마당에 털썩 앉아 멍하니 햇살을 쪼이고 있는데, 갑자기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계획은 다 틀어지고 현실은 비루한데 삶이 축복처럼 느껴졌다. 그날,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간판도 없이 '제주 한달살기 집'을 시작했다. 몇 달 뒤, 주방 칠판에 그냥 한 번 적어 본 비현실적인 목표가 1년 만에 기적처럼 이루어졌다.


앞서 말했듯 나는 돈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다. 돈을 벌고 싶은 욕구는 강하지만, 신사임당에 출연한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대부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이루었고, 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집을 여러 채 장만했고, 잘 운영되는 회사도 있고, 시간도 아주 많은 편이다.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이렇게 글을 쓸 마음의 여유도 있다.


지금의 삶에도 감사하지만, 나는 내가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다고 - 이 세상을 위해 더 큰 기여 할 수 있다고 - 믿는다. 나는 책과 명상을 통해 깊은 영감을 받았고 삶의 큰 변화를 이루었다. 그 영감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나는 말 주변이 없지만, 글을 쓰는 일은 좋아한다. 글을 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래서 글쓰기가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읽게 되는 쉬운 글을 쓰고 싶다. 쉽고 가볍게 쓰여진 내 글이 사람들의 영혼에 울림을 주었으면 좋겠다.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내 글이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겠다.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될 테고, 나는 이 세상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인 풍요는 목적이 아니라 덤으로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될 것이다.


그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하며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 가?

나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무엇에 감사하는가?


열심히 시드머니를 모으고 경제 공부를 하는 청년들에게,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과거의 나 들에게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라.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답은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내가 딛고 있는 현재의 순간을 고스란히 축복처럼 즐길 수 있을 때, 주변의 소음을 끈 고요함 속에서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몸을 충분히 휴식하게 하고,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음식을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내 숨소리와 친해질 때. 두둥실 떠오르듯 찾아온다.  


목적을 찾으면 길은 저절로 생긴다. 그러니, 돈을 벌고자 하는 집착을 내려놓고,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해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돈을 내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재능을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을지를 질문해라. 내가 나답게 살 때, 세상을 위해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내 앞에 놓인 일에 정성을 다 할 때 부유함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러니 걱정 말고, 애쓰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의 축복을 마음껏 누려라.



- 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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