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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Dec 19. 2022

손흥민은 왜 18세까지 슈팅 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유퀴즈에서 손웅정 감독님의 인터뷰를 봤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을 길러낸 감독이자 아버지다.


인터뷰 내용 중 “저는 열여덟 살 때까지 슈팅 연습 못 하게 했어요."라는 말씀이 가슴에 딱하고 박혔다. 아직 뼈가 무르익지 않은 아이들이 강도 높은 슈팅 연습을 반복하면 반드시 몸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성인이 되기도 전에 수술대에 오르는 아이들이 많다며 그는 안타까워했다.



내 아들도 축구를 하고, 마침 부상을 당해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는 처지이다 보니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서진이도 너무 무리를 한 걸까? 나이에 맞지 않게 과한 운동을 한 것이 화근이 된 걸까?


아이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호주에서 축구를 했다. 남들은 프로 산하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를 왜 유럽도 아닌 호주로 데려가냐며 만류했다. 하지만, 유럽이나 호주나 유소년 훈련 방식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주 3회 방과 후 한 시간 정도 훈련을 하는 것이 다다. 경기는 주말에 한 번 한다.


그에 반해, 한국 중고등학교 선수들은 하루 서너시간씩 훈련을 한다. 오후 수업을 빼고 훈련을 하거나 리그 경기 외 연습 경기를 하는 일도 많다. 성적을 내지 못 하면 감독님의 거취, 아이들의 진학에 어려움이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아이들을 차근차근 성장시키기보다, 지금 당장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여하간의 사정으로 가족이 한국에 돌아온 뒤, 서진이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아이는 한국에서 축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좋은 선수가 되려면 한국처럼 빡세게 축구를 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팀 훈련이 끝나고 남아서 혼자 개인 훈련을 하기도 했다. 어른인 내가 본받고 싶을 정도로 진지하고 성실했다.


그렇게 노력하는 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처음 부상을 당했을 땐, 그저 운이 나빴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손웅정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나니, 어쩌면 '조급한 마음'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더 빨리 결과를 내고 싶은 부모의 조급함, 지도자들의 조급함, 그것을 그대로 흡수한 아이 본인의 조급함.



탄탄한 기본만큼 중요한 게 없다.

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할 뿐. 우리는 자꾸 기본을 건너뛰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조급함 때문이다. 빨리 무언가를 완성시키고 싶은 마음. 빨리 결과를 보고 싶은 마음.


기본을 탄탄히 한다는 것은, 지루하고 폼 안 나는 일을 끝없이 반복한다는 뜻이다. 남들이 저 만큼 앞서가는 것을 보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확고한 신념과 자기 철학이 필요하다.



나는 어땠나? 되돌아본다.


나는 비전과 목표를 중시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확실한 편이다. 하지만, 그곳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갈팡질팡한다. 이 방식은 효율적인 것 같지 않아, 저 방식이 낫겠어하며 노선을 변경하는 일이 많다. 돌이켜보면 모두 조급함 때문이었다. 더하기, 지루한 과정을 생략하고 싶은 마음.


우리는 가성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최소의 인풋으로 최대의 아웃풋을 얻는 것이 능력이라는 메시지가 곳곳에서 넘쳐난다. 나는 합리화의 귀재이기에, 효율성을 근거로 지루한 일을 그만뒀다. 빨리 결과가 나지 않으면 쉽게 포기했다. 그리고 더 빨라 보이는 배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결국 정체되어 있는 시간이 많았다.


손흥민과 손웅정 감독이 특별해 보이는 것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느리고 험한 길.

가장 비효율적인 길.


그들이 그랬듯, 포기하지 않고 매일 묵묵히 노를 젓는다면 작은 조각배로도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다. 꾸준함은 비장한 노력이 아니다. 정해진 매일의 할 일을 그저 하는 것이다.



- 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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