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J는 일을 많이 하지 않는다. 집에서 혼자 요가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바다에 앉아 있거나, 가끔 친구를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눈다. 밥은 농산물을 사용해 조리해서 아주 조금만 먹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떠난다. 아마 여행지에서도 그녀의 일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도 말라나 수정으로 만든 치유 액세서리를 만들어 파는 것이 그녀의 주업이다. 하지만 많이 팔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서 많이 팔 수도 없다. 주문자와 상담을 한 후 (때로는 긴 인생 상담이 되기도 한다고)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크리스털을 추천해 주고, 내내 정성스럽게 기도하며 수정 구슬을 꿴다. 공들이는 시간에 비해 가격은 아주 저렴해서, 그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가끔 걱정이 된다.
그녀는 우주가 필요한 것은 뭐든지 채워준다고 믿는다. 옆에서 보면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전혀 애쓰지 않고 사는 것 같은데, 그녀의 삶은 내가 아는 누구보다 여유롭고 풍요로워 보인다. 작은 것들에 늘 감사하고 만족해하는 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이 생기면 선물처럼 주어지는 일이 많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카페에 갔는데 커피랑 초콜릿 케잌이 너무 먹고 싶었었어. 근데 케잌 가격이 비싸서 망설이다가 그냥 커피만 샀지. 조금 앉아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초콜릿 케잌을 내미는 거야. 케잌을 너무 많이 사서, 초콜릿 케잌에는 손을 전혀 안 댔는데 실례가 안 되면 하나 드시겠냐고..."
코로나 시국 내내 인도와 스리랑카에 격리되어 있다가, 제주로 돌아온 그녀는 한동안 차 없이 지내느라 좋아하는 산과 바다를 많이 다니지 못했다. 중고 경차를 계속 알아보던 그녀가 어느 날 폭스바겐 폴로를 타고 나타났다. “어떤 분이 외국에 가면서 다 처분한다고 100만 원에 주셨어. 차도 좋고 연비도 정말 좋아. 이건 정말 우주가 준 선물이야."
최근에 일어난 가장 놀라운 일은 그녀가 집을 산 것이다. 작년에 연세 800만 원짜리 집을 구해서 살았는데, 세가 아까워서 여행도 못 갔다며 이제는 집을 사고 싶다고 했다. 예산은 7000만 원대.
늘 떠돌며 사는 히피 노마드였던 그녀가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놀랍지만, 그렇게 일을 조금만 하면서도 집 살 돈을 모았다는 사실이 나는 더 놀라웠다.
- To be continued
(글을 짧게라도 자주 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내일 이어서 쓰겠습니다.)
- 크리에이터 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