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한때는…
여덟 시간 내리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초6 아들을
침대에 데려가 끌어안고 누웠다.
“좀 쉬었다 해”
가만히 눈을 감고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니
눈가에 촉촉하게 눈물이 맺혀있다.
놀라서 왜 그러냐 물으니
아이가 머뭇머뭇 대답했다.
“핸드폰 그만하고 싶은데, 자꾸 자동으로 하게 돼요.”
갑자기 서러움이 북받쳤는지
대성통곡하는 아이에게
한때 나도 애니팡에 빠져
밤을 지새우던 일이 있었음을
고백해야 했다.
살다 보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왜 이럴까? 스스로가 한심하고 못나게 느껴져 괴로우면서도 습관을 이기지 못해 엉엉 울고 싶을 때가 있다. 한때 나는 한게임 맞고에 미쳐 밤을 지새웠다. 미니홈피를 순회하느라 주말 내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는 애니팡에 빠져 눈이 벌게지도록 게임을 했다.
그땐 유튜브도 없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더 재미있는 게 많은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은 알고리즘이 손가락을 통제하는 시대, 도파민 중독에서 헤어 나오는 일은 우리가 평생을 두고 다뤄야 할 숙제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단호하게 통제하지 았았던 이유는 ‘나도 그랬으니 너도 그래라.’라는 뜻은 아니었다. 사실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헷갈렸다. AI와 스마트 기기가 결합하여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고, 일과 공부, 소통, 유희의 많은 부분을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이 시대에 어디까지가 일상 속 활용이고, 어디까지가 과한 사용인지.
이런 질문도 해 봤다. 만약 아이가 ebs 강의를 4시간씩 듣는다면 그건 분명 칭찬한 일일 텐데, 예능 프로그램을 4시간 보면 혼날 일일까? 친구들이랑 카톡으로 종일 수다를 떤다면? 온라인 바둑을 둔다면? 로블록스를 한다면? 틱톡을 하느라 춤 연습에 꽂혔다면? 엄청난 전략적 사고를 요하는 롤게임을 4시간 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피 채널을 본다면? 게임 중계방송을 본다면?
결국 아이가 컴퓨터나 핸드폰을 많이 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엄마가 보기에 쓸데없어 보이는 짓을 하는 게 거슬리는 거 아닐까? 근데 그 쓸데없는 짓이 정말 쓸데없는 짓인지, 나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냥 믿고 싶었다. 내가 그랬고, 내 아이가 그랬듯이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는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본인이 가장 괴로울 거라는 거. 그 자괴감을 충분히 느끼고 극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싶었다.
그 비참한 기분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꼭 안아주고 쓰다듬으며 격려하고 싶었다. ‘네가 못난 사람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그냥 그럴 때가 있는 거야.’
방과 후 하루종일 핸드폰과 놀던 아이는 중2가 됐다. 작년부터 대안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돼 일주일에 한 시간만 핸드폰을 한다. 금단 현상으로 탈출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학교가 너무 재미있단다. 물론 한 달에 4박 5일 집에 오는 날이면 종일 방에 틀어박혀 핸드폰을 한다. 요즘은 무슨 악보 앱을 깔아놓고 기타 연습에 빠져있다.
- 리즈의 고요한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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