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라, 그리고 기록하라.

20,30대 청년에게 전하는 단 한가지 조언

by 레이지마마

내 주위에는 육지에서 제주로 이사 온 20~30대 청년들이 있다. 각자 다른 사정과 이유로 제주에 왔겠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서, 자연과 가까이 하며 워라벨을 실천하기 위해 제주를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정작 좋아하는 일이 뭔지 잘 모르겠고, 꿈이 생겼다가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가늠이 안 가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점.

이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만, 아무 일이나 덥석 하지는 않는다. 정부 지원을 활용해 시간을 벌고, 금세 그만둬도 무방한 알바를 하며,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알뜰하게 생활하지만 여행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자기 탐색과 세상을 넓히는 경험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 한편에는 늘 묵직한 불안이 있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채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당해야 하는 불안이다.

그들을 보며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꼰대라 할까봐 참아보려 했지만, 결국 이렇게 쓴다. 필요한 사람만 읽으면 되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다.

놀려면, 제대로 놀아라. 그리고 기록하라.

모든 경험은 값지다. 특히 ‘내가 즐거움을 느끼며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경험을 기록하는 행위는 엄청난 자산이 된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 꾸준히 걷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좋아하는 일이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하게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걸 그냥 경험만 할 게 아니라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은 어떤 길을 걸었는지, 그 길이 특별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걸으며 어떤 생각이 흘러갔는지. 왜 나는 자꾸 걷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블로그나 SNS에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다.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님이 “세 명만 모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을 보석처럼 담아두고 늘 되새긴다. 비슷한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는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지지가 되고, 꾸준히 기록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 기록이 자기 과시가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면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된다. 여기에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과 깊이가 스며들면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찐 콘텐츠’가 되어 간다.

당장 공유하지 않더라도, 내가 매일 하는 일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기록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훌륭한 자산이다. 기록되지 않은 경험은 휘발되지만, 쌓아두면 분명한 가치가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기록이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 모으는 것보다 더 좋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의 하루, 나의 즐거움에 가치를 부여해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즐겁게 살고, 그것을 기록하고, 누군가가 그 기록에서 도움을 받는다는 것. 주는 마음에 진정성이 실릴수록 도움을 받는 사람도 늘어나고, 그 대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온다. 그것이 돈일 수도, 인연일 수도,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삶의 방식을 가로막는 건 무엇일까?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쓸데없는 짓 아닐까?”

라는 마음.

그리고 시간을 아끼고 미래를 더 잘 대비해야 한다는 강박이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삶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호기심을 품는 대신, 내가 아는 한계 안에서 결정하고 행동하려 한다. 그게 안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것에는 함정이 있다. 세상은 결코 내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고, 내가 아는 세상은 결국 나와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내 알고리즘 속 사람들이 경험한 과거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쉬흔살이 됐다. 우리 세대는 순수한 즐거움을 미래와 연결시키는 데 취약하다. 안정된 미래를 위해 하기 싫은 일도 참아야 하고, 금융 지식도 쌓아야 하고, 저축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에는 그 전략이 유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건강, 관계, 삶의 의미—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다.

20대 청년이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도 모른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니? 게다가 나는 네가 아니잖아.”

그래도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대비할 수 없다. 그러니, 대비하지 마라.

뭘 해야 할지 찾으려 애쓰기보다, 일단 제대로 놀아봐라. 그래도 되는 나이다. 마음 놓고, 작정하고, 팽팽하게 놀아라. 당당한 백수가 되어라.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알바만 하며 ‘놀 시간’을 만들어라.

놀이하듯 하루를 살아라. 누가 말려도 계속 하게 되는 일. 진심을 다해 그것을 해라. 그리고 그 경험을 기록해라. 게임을 하느라 잠과 영양이 부족해 건강을 망치고 있는 상황조차도 기록해라.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언제나 성장한다. 우주가 끝없이 확장하듯 나의 경험도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이 된다.

그러니 그 소중한 자산들을 흩어지게 두지 말고 차분히 기록하라.

오늘 나는 무엇을 경험했는가?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그 기록이 어떤 보석으로 변할지는 계산하지 마라. 어차피 지금은 알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 아직 창조되지 않은 미래에서 나타날 일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훨씬 재미있어진다. 그 무한한 가능성에 삶을 맡겨보자. 그러면 삶은 흥미진진한 놀이가 되고, 심지어 재미없는 일들에서도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

“이게 내 삶에 도움이 될까?” 대신

“이 경험이 어떤 기회로 이어질까?

어떤 인연을 불러올까?

어떤 기상천외한 마법을 만들까?”

라는 호기심을 가져라.

이것이 내가 청년들에게, 아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다.

제대로 놀아라. 그리고 기록하라.

2025.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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