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부부

- written by C

by 게으른아침

나는 남편과 함께 일하는 자영업자다. 크지 않은 공간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만들어 팔고, 한뼘만 한 책방도 동시에 운영 중이다. 노동하는 공간과 주거하는 공간도 같다. 한 건물 안에 있다.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오면 출근이고, 반대로 올라가면 퇴근이다. 일요일과 월요일이 공식휴무일인데, 남편은 일요일에 조기축구를 하고 돌아오면 온종일 잔다. 나는 휴무일이 같은 자영업자 친구를 만나 야외로 나가 커피를 마신다. 월요일에는 남편은 끝나지 않는 마당일을 하고, 나는 끝나지 않는 집안일을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거의 매일 24시간 같이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누군가 부부가 함께 장사를 하겠다고 상담을 해오는 경우에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말린다.


함께 있는 부부는 서로 밖에 없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마음을 성토할 대상이 서로 밖에 없고, 고된 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을 터뜨릴 대상이 서로 밖에 없고,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실 상대가 서로 밖에 없다.


그러니 곧잘 싸우게 마련이다. 나는 다른 부부들의 업장에 종종 불려 다녔다. 화화해 중재를 시도하기 위해서 말이다. 조리도구를 두는 자리에 행주를 두었다고 싸우고, 주문을 잘못 받아서 테이블 서빙이 꼬이게 됐다고 싸우고,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다고 말했는데 그걸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싸운다. 손님들 앞에서 퉁퉁 부은 얼굴로 부부싸움을 티냈다고 싸우고, 나보다 네가 더 티 나는 얼굴이었다고 싸운다. 중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부부싸움마저 24시간 부부가 하는 직장 내 감정노동의 하나이기 일쑤다. 혹은 칼로 벤 물방울 하나다.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없지는 않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싸운다. 최선을 다해서, 서로 상대의 삶의 걸고 치졸하고 유치하게 싸운다.


‘부부해방전선’은 서로 밖에 글을 쓸 대상이 없는 부부의 공개적인 ‘디스 전’이고, 그럼에도 내일 또 헤어지지 않고 다시 만나기 위한 최선의 핑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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