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계

나의 인생 철학책

by Lazy Yoga Club
무경계


어려운 책이라면 질색팔색하기로 유명한 레요클.

오늘은 이름만 보면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읽고 나면 그렇지 않은 인생 철학책 하나를

추천해 본다.


개인적으로 ‘철학’ 카테고리에 놓여있는 저서들을 보면, 읽는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관점을 달리해주거나 이해시키기보단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논리 정연하고 확실한지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생각의 강요’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동양철학자의 경우 인생에 대한 조언들이 하도 많아서 그렇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다-처럼 들리기도 한다.

내 인생한테 명령하지 마…(세요)


​그러나 켄 윌버라는 철학자의 무경계는 조금 달랐다. 조언이나 생각의 강요 같은 느낌보단 철학자가 생각했던 A부터 Z까지의 모든 사고 과정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좋은 철학이란 읽는 것을 넘어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나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것도 있다.


내가 경계 지어두었던 것들이 정말, 진짜 경계였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현재의 나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말을 조리 있게 잘 풀어주길래 다른 책도 사봤다가 너무 어려워서 책장에 처박아놨네.

좋은 책 모두 읽어보시라고

좋았던 구절 다섯 개에 나의 생각을 덧붙여본다.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그 학파들은 정말로 '동일' 수준의 의식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각기 다른 수준의 '나'에 대 한 각기 다른 접근법들이지는 않을까? 그것들은 서로 갈등과 모순을 빚는 게 아니라, 의식 스펙트럼의 다양한 수준 간의 매우 실질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들이 각자 목표로 삼고 있는 수준을 감안해 볼 때, 그 접근법들은 모두가 다소간 옳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2019년도쯤, 친구를 따라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한 적이 있다. 어떤 검사를 했었는데, 나의 우울과 불안이 다른 것 보다 높게 측정 됐었다고 했었나.

그래서 가족을 제외한 주변 친구들의 권유로

치료기법 스펙트럼의 가장 위쪽에 있는

단순상담 및 지지치료를 받았다.

반년 정도 다니던 4월의 어느 날이었을까.

이제 더 이상 상담을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스친다. 선생님의 변화였는지 나의 변화였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선 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뭔가 분명 더 풀어나갈 숙제는 있는데 그게 이 상담실에서는 절대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나의 수준이 선생님과의 상담 덕분에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을. 선생님과의 상담과정은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은, 다음 스펙트럼 치료로 나아가도 된다는 신호였음을 이 책으로 알게 됐다.



코르지브스키 Korayosk와 일반 의미론자들(Semantsts)이 지적한 것처럼 단어, 상징, 기호, 사고, 관념 등은 실재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실재의 지도에 지나지 않는다. 지도는 영토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이라 는 단어가 갈증을 풀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지도와 언어가 진정한 세계인 것처럼 그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요가를 안내하다 보면

내가 가진 언어의 한계를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물이라는 단어가 갈증을 풀어줄 수 없는 것처럼,

직접 경험했음에도 설명할 수 없는 몸의 느낌

혹은 어떤 특별한 에너지들을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날들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란 얼마나 한정적인지. 왜 요가 철학 안에서 ‘에너지’를 강조하고 공부하는지 몸소 느끼게 된다.

언어라는 경계선을 뛰어넘어,

다른 감각기관이 느끼는 분위기

예를 들면

공간에서 피부로 전달되는 진동

또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싸함.

표현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은 진실한 개구리와 거짓 개구리를 키우지 않을뿐더러, 도덕적인 나무와 부도덕한 나무, 옳은 바다와 잘못된 바다 같은 것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윤리적인 산과 비윤리적인 산 같은 것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아름다운 종과 보기 흉한 종 같은 것도 없다. 적어도 대자연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경계를 만들었지?

누가 똑똑하고 누가 멍청하고 누가 가난하고 누가 부자이고 누가 안타깝고 누가 불쌍하고 누가 열등하며 누가 우등한가? 여기에 명확한 기준이 있나?

를 생각하게 해 준 책의 일부. 자연엔 경계가 없다.

자연이 만들어 낸 인간의 뇌가 이 세상에

이런저런 경계를 만들어냈다.

인간이 만든 그 경계는 사실상 없다.

그러므로 그 기준에 맞춰 살 필요도 없다.

왜냐면 애초에 기준이 불분명하니까.



쾌락에 집착하면 할수록 어쩔 수 없이 고통은 더 두려운 것이 된다.
선을 추구하면 할수록 악에 대한 강박관념은 더욱더 강해진다. 성공을 추구하면 할수록 실패를 더욱더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삶에 집착할수록 죽음은 더 두려운 것이 된다. 무언가에 가치를 두면 둘수록 그것의 상실이 두려워진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 대부분은 경계로부터 비롯된, 경계가 만들어낸 문제라는 것이다.

선이 있으면 그 반대에 악이 있고

오목면이 생기면 볼록면이 자동으로 생기고

안이 있으면 밖이 있고

기쁨이 없으면 고통도 없고

태어나지 않으면 죽음도 없다.

모든 경계는 그래서 하나다.



즉,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내면의 내적 관찰자는 '지나간 기억들의 복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가진 호불호, 희망과 두려움. 관념과 원칙들은 모두 기억에 기초해 있다. 누군가가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 자신에 대해 말해달라"라고 요구하면 당신은 즉시 과거에 행했거나, 보았거나, 느꼈거나, 이루었던 이런저런 사실들을 찾아내기 위해 기억을 탐색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분리된 실체로서 존재한다는 그런 느낌 자체가 전적으로 기억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크리슈나무르티는 주장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이 책이 답해 주는 여러 가지 철학자들의 주장들이 있는데,

그중 ‘나’를 설명하는 것들은 기억의 산물.

기억의 덩어리일 뿐이라는 문장에 너무나 공감했다.



굳이 붙잡지 않는다면 나를 설명하는 것들은 언제든지, 지금 당장이라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설명하는 것들을 써보고 하나씩 지워보자.

무엇이 남는가?

아무것도 안 남는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세상에 없다.




더 좋은 내용이 많은데

리뷰 쓰다가 책의 전부를 다 찍을 거 같아서 뀨욱 참았다.

그만큼 진짜 진짜 좋으니까 꼬옥 읽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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