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신을 믿는 종교인가요?

내 안에 너 있다

by Lazy Yoga Club



처음 요가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요가 신화 책을 하나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원장님이 매번 말씀해 주시던 (그러나 단 한 개도 외우지 못한) 이상한 발음을 가진 요가 자세들의 일부가 알고 보니 신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그 책을 보고 알았다.

그 당시 요가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힌두교에서나 마주할 법한 신들이 마구마구 등장하길래 ‘요가’라는 운동이 꽤나 종교적인 색채를 지녔다고 착각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짬이 차고난 뒤로는 요가 경전 중 하나인 ‘요가수트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경전의 내용을 공부하고 배울 때마다 내가 가졌던 선입견들이 무색하게도 종교와 요가는 거리가 멀었다. 분명 신의 이름은 등장했지만 경전을 구성하는 내용에는 기독교나 천주교처럼 교리와 찬송가가 있는 것도, 불교처럼 법문이 적혀있는 것도 아니었다.


책 안에는 무엇이 현재의 너를 고통받게 하고 그걸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으며,

이런 행위를 했을 때 어떤 감각이 일어나는지. 이 스탭 다음엔 무슨 스탭이 있는지 챕터별로 마음 작용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냥 제목을 < 깨닫고 싶은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랄까.

미리 깨달음을 얻은 선배들께서 닦아 놓은 < 깨달음의 정석 >도 썩 어울리겠다.

혹시나 싶어 다른 요가 경전도 읽어봤지만 신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들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요가철학으로 알고 있었던 바시슈타 요가, 바가바드 기따와 우파니샤드는 경전이라기보단 베단타 철학과 우솝이화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옛날 이야기 모음집 속에서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모두 같았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진정한 자유는 무엇인가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요가는 한 명의 신만을 모시지 않는 대신,

우리가 사는 세상 모든 곳에 신이 깃들어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도 신이 있다고? 싶을 만큼 무수한 신이 ‘데바(Deva)’라는 이름으로 곁에 머문다.

바람, 불, 물, 풀, 공간, 나무, 번개, 죽음, 파괴, 땅, 춤, 각종 동물, 지혜, 유지(maintain) 등등…



모든 곳에 신이 있는 요가철학의 관점은 곧 내 안에도 신이 있다고 말한다.

나의 까르마와 운명의 수레바퀴를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과 수단은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있는 셈이다. 아무리 독실한 신자가 되어도 그저 그의 어린양이 되어 위기의 상황에 구원을 바랄 수밖에 없는 다른 종교와 확실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만일 천국과 지옥이 실제로 있고 그곳에 무사히 도달하기 위해 신을 이용하는 것이 종교라면

요가철학은 내 안에 있는 신과 주변에 계신 신을 믿으며 그것을 전부 스스로 극복해내야만 한다는 점에서 아주 많은 차이점이 생긴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러므로 요가는 종교가 아니다.



요가는 매 순간 홀로 서야 한다.

요가도 명상도 안내하고 가르칠 순 있지만 무엇을 안내해도 그것은 수단과 방법에 불과하다.

삶 안에서의 고통과 죄 역시 마찬가지다.

상황에 머물지, 극복하고 더 나은 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지 선택하는 건 나 자신이다.


그게 예수님이든 시바신이든 마찬가지.

신들이 곁에서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들은 내 삶을 대신 살아주거나 까르마를 없애주지는 않는다.

내 안에 신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자.

그것이 담긴 몸은 걸어 다니는 사원이 된다.

나의 사원을 정돈하고 꾸려나간다면 언젠가는

신에게 닿을 것이라 믿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