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오늘 아침에 아이가 침대를 정리했다. 스스로 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광경이라 폭풍 칭찬을 하며 "어떻게 스스로 침대에 이불을 정리할 생각을 했어?"라고 물어보니 "산타 할아버지에게 잘 보이려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이맘때쯤 아이가 착해지는 시기다. 이번 주말이 크리스마스니 거의 마감 임박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산타의 존재를 아는 친구들이 산타의 존재를 폭로했는데 아이는 애써 믿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어느 날은 "엄마 산타가 있어?" 물어봤는데 "글쎄.. 산타를 안 믿으면 선물을 못 받고 믿는 아이들만 받는 게 아닐까?"라고 얘기했더니 친구가 엄마, 아빠가 산타라고 했다고 얘기한 적이 있지만 친구의 말을 믿지 않는 듯했다. 작년에 아이는 산타할아버지 준다고 트리 밑에 쿠키도 놓고 클레이로 산타와 루돌프도 만들었었다. 쿠키는 어쩔 수 없이 아빠가 먹었다. 올해는 산타 관련 그림책만.. 10권도 넘게 도서관에서 빌려 집중 탐구를 할 만큼 산타를 좋아하고 지난여름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려왔다.
나는 어렸을 때 아빠가 항상 바쁘시니 집에 트리도 없었고 선물도 없었기에 그런 환상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예전에 영국, 독일, 호주 국적의 친구들과 언젠가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서로 몇 살 때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지 충격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신나게 이야기 나눌 때 나는 조용히 있었다. “너는?” 이라며 동시에 나에게 이목이 집중되어 물어보는데 산타가 없다는 걸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고 얘기하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내 아이에겐 오래오래 그 환상을 갖게 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트리도 항상 일찍부터 꾸미고 선물도 미리 포장하여 아이 머리맡에 놔주고 철저하게 산타 대행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이미 아는 아이들도 있고 노골적으로 부모에게 요구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믿고 싶지 않은 건지 오늘 아침엔 "엄마 친구들이 그러는데 산타를 믿는 아이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받고, 산타를 믿지 않는 애들은 엄마 아빠가 선물을 주는 거래."라고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든 선물은 받겠다는 의지인 건지, 알면서 모른 척을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아이의 표정으로 짐작해보면 산타의 존재를 믿고 싶어서 내적 부정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과연 언제쯤 현실을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하지만 엄마는 내년에도 산타가 되어줄 수 있으니 크리스마스를 맘껏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