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
내가 엄마가 되고 그림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공감했던 책이 '돼지책'이다. 이 책은 아이가 3-4살쯤 워킹맘으로 일하면서 지치고 힘에 부침을 느낄 때 우연히 접했다. 어느 일요일, 아이를 위해 백화점에 원데이 클래스 등록했는데 클래식과 그림책을 함께 소개하는 클래스였다. 그 강좌에서 '돼지책'과 앤서니 브라운 책 중 한 권을 더 소개해 주고 클래식 4중주를 라이브로 들려주었는데 우리 세 가족이 총출동해서 들었다. 아이는 라이브 공연을 눈앞에서 보는 거에 왜 그런지 부끄러워하고 어색해했는데, 나는 아이 낳고 오랜만에 접하는 문화 공연이라 아이의 문화센터 공연이라도 감격스러웠다. 꼭 나를 위해 연주하는 느낌이었다.
공연 전에는 이 책을 몰랐기에 더 공감되고 마음에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책 표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엄마에게 업혀 있는 가족들에서부터 이미 엄마의 무게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강좌에서도 나만 눈물을 흘리고 공감을 했다. 엄마에게 가사가 몰려 있고 아빠와 아이들은 엄마의 희생을 누리다가 어느 날 엄마가 사라지고 아빠와 아이들이 돼지로 변하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지만 너무나 현실이 반영된 책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아침에 아이와 같이 버스를 타고 우리 회사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내가 퇴근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퇴근하는 생활을 3년 동안 해왔기에 한참 힘든 시기였다. 집 근처에 어린이집을 보내고 등, 하원 이모님을 모셔도 되었을 텐데-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모님 비용도 안 들고, 내가 다 케어하면 되었기에 할만하다고 생각하며 보냈지만, 나중에 집 근처 유치원으로 아이를 보내고 이모님을 모시니 혼자 출퇴근하는 그 길이 어찌나 가볍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내가 아이를 케어하는 만큼 남편도 집안일도 같이 배분하며 나눴지만, 아무래도 엄마로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더 많았기에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들게 느껴졌었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여 눈물이 났다. 잔잔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이 모습이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나는 이렇게 출근 전에 청소를 해 놓고 가진 않았지만. 이 책은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이다. 아이는 아빠와 아이들이 돼지로 변한 모습에 놀라고 재미있어했으나 엄마가 사라진 부분은 다소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나이엔 더더욱 아이에게 엄마는 전부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꽤 유명하지만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엄마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