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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Feb 21. 2022

돼지책

앤서니 브라운

내가 엄마가 되고 그림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공감했던 책이 '돼지책'이다.  책은 아이가 3-4살쯤 워킹맘으로 일하면서 지치고 힘에 부침을 느낄  우연히 접했다. 어느 일요일, 아이를 위해 백화점에 원데이 클래스 등록했는데 클래식과 그림책을 함께 소개하는 클래스였다.  강좌에서 '돼지책' 앤서니 브라운    권을  소개해 주고 클래식 4중주를 라이브로 들려주었는데 우리  가족이 총출동해서 들었다. 아이는 라이브 공연을 눈앞에서 보는 거에  그런지 부끄러워하고 어색해했는데, 나는 아이 낳고 오랜만에 접하는 문화 공연이라 아이의 문화센터 공연이라도 감격스러웠다.  나를 위해 연주하는 느낌이었다.


공연 전에는 이 책을 몰랐기에 더 공감되고 마음에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책 표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엄마에게 업혀 있는 가족들에서부터 이미 엄마의 무게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강좌에서도 나만 눈물을 흘리고 공감을 했다. 엄마에게 가사가 몰려 있고 아빠와 아이들은 엄마의 희생을 누리다가 어느 날 엄마가 사라지고 아빠와 아이들이 돼지로 변하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지만 너무나 현실이 반영된 책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아침에 아이와 같이 버스를 타고 우리 회사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내가 퇴근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퇴근하는 생활을 3년 동안 해왔기에 한참 힘든 시기였다. 집 근처에 어린이집을 보내고 등, 하원 이모님을 모셔도 되었을 텐데-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모님 비용도 안 들고, 내가 다 케어하면 되었기에 할만하다고 생각하며 보냈지만, 나중에 집 근처 유치원으로 아이를 보내고 이모님을 모시니 혼자 출퇴근하는 그 길이 어찌나 가볍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내가 아이를 케어하는 만큼 남편도 집안일도 같이 배분하며 나눴지만, 아무래도 엄마로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더 많았기에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들게 느껴졌었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여 눈물이 났다. 잔잔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이 모습이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나는 이렇게 출근 전에 청소를 해 놓고 가진 않았지만. 이 책은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이다. 아이는 아빠와 아이들이 돼지로 변한 모습에 놀라고 재미있어했으나 엄마가 사라진 부분은 다소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나이엔 더더욱 아이에게 엄마는 전부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꽤 유명하지만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엄마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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