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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Feb 23. 2022

L부인과의 인터뷰

홍지혜




이 책은 한때 잘 나가던 사냥꾼이었던 늑대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모습을 인터뷰 형식으로 만든 책이다. 짧고 함축적이지만, 그 짧은 말속에 현재 살고 있는 엄마들의 심경과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일도 끊기고 집안일을 하며 차라리 사냥이 쉬웠다고 이야기하는 늑대 부인은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인터뷰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와닿았다. 아래는 책 소개에 있던 작가의 말이다.


"아이를 낳고서도 작업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밤늦게 작업을 하다 보면 아기가 깨어 버리기 일쑤였다.  마무리해야 하는 작업을  때면 아이를 업고서 책상 앞에 앉아 작업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엄마에 대한 그림책을 볼 때면 마음이 불편해졌다.

엄마라는 단어가 지닌 여러 의미 안에서 유독 희생하는 엄마라는 시선이 느껴져서 그랬던  같다.

나는 엄마라는 정체성을 끌어안기까지 시간이 더디 걸렸고, 어떻게든 도망가고 싶었던  같다.

그렇게 시작했던 작업이 아이가 7살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마음은 조금  붙잡고 싶지만  붙잡는다고 무엇이  좋아질까...

여러 버전의 더미로 고쳐나가다 늑대 부인을 만났다.

 이후 늑대 부인은 나의 세계를 거침없이 활보하며 다녔다. 그리고 스스로 탈출구를 찾아 나섰다. "


나도 아이가 생기고 내 시간이 없이 ‘엄마’와 ‘나’사이에서 많이 방황하고 힘들었다. 내가 그렇게 잘 나가던 사람도 아니었지만, 내 인생이 여기서 그냥 이렇게 아이만 키우고 직장만 다니다가 끝이 날것이 두려웠다. 내가 원하던 나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니었던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했지만, 현실은 무언가 계획하고 꿈꿀 틈이 없었다. 항상 일이 끝나고 아이 데리고 집으로 퇴근하기 바빴고, 퇴근 후에는 저녁을 먹고 정리하고 잠들기 바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휴직을 하고 나서야 나를 돌아볼 시간이 생겼기에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자기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들을 보면 너무 존경스럽고 응원하고 싶다.




그림도 내가 좋아하는 여백이 있는 그림체라 눈에 더 띄었다. 그림책의 형태를 뗬지만, 아이에게 읽어주진 못했다. 내가 관심 있어서 읽은 책이라 나만 읽고 공감하고 책을 덮었는데 아이에게 읽어주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 아이가 L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마치 엄마를 이해하는 것과 같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은 철저히 엄마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아이만 키우기엔 가슴이 답답한 엄마들, 나를 찾고 싶고 탈출구가 필요한 엄마들이 공감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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