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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Feb 18. 2022

시작, 그림책

도이 아키후미의 책을 읽고

시작, 그림책은 그림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본의 도이 아키후미가 그림책을 시작하는 작가들을 위해 자신의 노하우와 그림책 작가들의 인터뷰, 그리고 편집자들의 인터뷰를 다뤘다. 그림책을 만들 때 필요한 기본 정보와 작가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전반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메시지와 재미의 균형- 도이 가야는 “전달하고 싶은 것이 없다면 그림책을 만들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메시지와 재미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메시지가 전면에 드러나면 엔터테인먼트 특성이 숨겨지고, 설교하는 그림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즐길 수 없기 때문이죠. 예컨대 전쟁 반대나 자연보호처럼 보편적인 메시지라도, 전쟁이나 평화나 자연이라는 개념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옆집 아이와 싸웠던 이야기나 땅에서 줄지어 가는 개미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쉬울 겁니다. 전쟁, 피해, 차별 등 사회적인 메시지는 어렵죠. 애초에 아이에게는 아직 사회 개념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p86


‘그리고 싶은 것’의 힘은 자기 자신만 알고, 그게 그림책이라는 표현 방법에 맞을지도 몰라요. 저는 자연과 동물을 좋아해서 그림책을 만드는 것 같아요. 적어도 뭔가 열중하는 게 없다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리고 싶은 것이 없다면 그리지 않는다’ 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을 굉장히 좋아한대도, 그 마음만으로 그림책을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림책 만들기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니까요. p171 (도이가야 인터뷰 중)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작가는 메시지를 이야기하지 못하면 그림책을 내지 말라는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어!"라는 마음으로 재미도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미는 개그가 아니라 유머에서 오는 것인데 작가만의 독창적인 세계가 있어야 그 세계가 작품에 담긴다. 그 독창적인 세계는 그림 말고도 영화, 음악, 예술 전반적인 감성을 흡수하여 인간적으로도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자기 자신의 내면이 풍부해져서 그림책에 유머를 담을 수 있다.


작년 휴직하고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내가 경험한 것과 생각한 것을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작업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들도 공감하고 아이도 좋아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는데, 어느새 만들다 보니 엄마에게 초점이 가있었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어서 아이에게 다시 포커스를 맞추었는데, 아이에게 너무 현실적인가 싶기도 했다. 현실을 반영해서 재미를 주고 싶었는데, 어느새 현실을 그려 놓은 건 아닌가 고민이 들었다.


책을 읽고 보니 결론은 내가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야, 내가 표현하는 세계도 재미있게 표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는 말인데, 어렵다. 내가 재미있지 않아서 내가 만드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라는 한계를 느끼곤 한다. 요즘은 어떤 걸 하던, 결론은 내가 현재까지 쌓아 놓은 것이 실력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나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를 계속 반문한다. 내가 가진 세계는 어떤 것인가. 매력적이진 않아도 분명 있긴 할 텐데 어떻게 끌어내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책 속 어떤 편집자의 인터뷰에 그림책 작가에 맞는 사람에 대한 표현에 '푸딩 제품 가운데 어떤 것의 흔들림이 가장 좋은지,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두고 자신 안에 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능력이 나에게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조금 대충 보고 대충 후딱 만드는 경향이 있다. 생각을 깊이, 늘어지게 고민을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책도 많이 읽지만 깊이 읽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자아비판만 계속할 것 같아서 멈췄다. 이 책을 읽고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잠시 망각하고 있던 사실이었던 것 같다. 메시지와 재미를 조금 더 집요하게 고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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