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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발 자전거

9살에 시작하는 자전거

by 레이지살롱

아이 6살 생일에 사준 네발 자전거는 몇 번 못 타보지도 못하고 베란다에 모셔 놓았다가 이제야 꺼냈다. 현관 공간이 좁아 자전거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베란다에 뒀더니 아이 봐주시는 이모님이 매번 꺼내 주시기도 애매하다 보니 어느새 그냥 베란다에 계속 보관만 하고 있었다. 아이 친구들이 하나둘 큰 자전거 타는 걸 봐서인지, 한 친구가 아직도 네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봐서인지 아이는 지난 주말,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자전거가 거의 새거라 올봄엔 중고로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드디어 타겠다고 하니 왠지 기뻤다. 하지만 아이가 너무 커져서 몸에 비해 자전거를 작아 좀 작아 보인다. 주말에 이어 오늘도 한번 타더니 이제 뒤에 바퀴를 떼어내어도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번 주말엔 아이 아빠와 자전거 뒷바퀴를 떼고 두 발 자전거 연습을 시켜야겠다.


두 발 자전거 연습을 시킬 생각을 하니 내가 처음 자전거를 탔을 때가 생각났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내 몸보다 더 큰 자전거를 나보다 4살 많은 친오빠가 누군가에게서 빌려와서 자전거 타는 걸 가르쳐 줬다. 무서움이 많았던 나는 거칠고 큰 자전거도 익숙하지 않았고 첫날 배워야 하는 압박감이 컸었다. 오후 내내 연습해서 결국은 오빠가 두 손을 놓고 탈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줬으나 자전거가 없으니 그 뒤로 자전거 탈일이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 유럽 여행을 갈 때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다니면 좋다는 후기를 보고 같이 가기로 한 친구들과 자전거 대여를 계획했다. 내가 자전거를 제대로 타본 적이 없다고 하니 친구들이 한강 가서 하루 자전거 연습을 시켜주고 암스테르담에 가서 결국 자전거를 탔다. 처음 가본 도심을 익숙지도 않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관광지라 사람도 많고 신호등에 트램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풍경도 느끼지 못한 채 하루 종일 긴장을 하며 자전거를 탔던 힘들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뒤로 자전거를 타 본 적이 없다.


아이는 익숙한 작은 네발 자전거로 자신감을 얻고 두발을 떼고 달리다가 조금 더 큰 자전거를 타며 서서히 자전거에 익숙해 지길. 경치도 보고, 시원한 바람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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