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쑥 쑥 크고 있어요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던 내 티셔츠, 레깅스가 아이 옷장에 들어가 있었다. 남편이 구분 못하고 아이 서랍에 넣은 것이지만 아이의 검은 내복 바지와 내 레깅스 사이즈가 비슷해서 나 조차도 헷갈렸다. 어느 날은 내양말이 너무 없어서 보니 그것도 아이 서랍에 들어가 있다. 아이는 엄마 양말을 좋다고 신는다. 엄마 양말이 자기에게 맞는 것이 본인 스스로도 쑥쑥 크는 느낌이 들어서 인지 기분이 좋은 듯했다. 사실 그 양말들은 건조기에 들어가서 작아진 양말이었는데, 제 주인을 찾아간 듯하다. 아이는 엄마 양말이 뭐가 좋은지 더 편하다며 오늘 아침에도 신고 학교에 갔다.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화가의 글에서 아들 셔츠를 입고 다닌다고 했던 내용에 대학생 때는 그 화가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되고 보니, 남편 옷도 입게 되고, 아들 옷을 입는 게 일상적인 일이었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조금 큰 편에 속하는 아이는 매일매일 조금씩 길게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요즘 아이 옷을 사면 내가 입어 보는데 아직은 쫄티를 입은 것 같지만, 내년쯤엔 평균 66 사이즈인 나도 아들 옷을 입을 수 있을 만큼 금방 자랄 것 같다.
유치원생 엄마가 느끼기엔 초등학교 가면 다 키웠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직은 엄마 눈에는 초등 저학년이라 어린아이 같다. 아이는 점점 자라고 있는데 엄마의 눈에는 아직은 아기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자꾸 키만 크는 거 같아서 요즘 아이를 엄마와 분리시키려고 놀이터나 학교 갈 때 혼자 보내기를 시키려 하고 있는데, 아이는 마음에 준비가 안되었는지 계속 엄마와 함께 하길 원한다. 조급해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다른 친구들은 혼자 다니는 걸 보면 마음이 자꾸 조급해진다. 아이가 원할 때 자연스럽게 서서히 해줘야겠다던 다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