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인 선생님 처음 만나는 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줌으로 아이 담임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작년 1학년 담임 선생님이 건강상의 문제로 학기초에 바뀌며 대체 선생님이 못 구해져 임시로 오셨던 정년퇴직한 선생님이 아이의 일 년을 책임지셨는데 어쩔 수 없이 맡으셔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수업에 대한 열의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래서 올해는 아이도 나도 새로운 선생님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반배정이 나오고 선생님의 성함이 미리 나왔는데 이름에서 풍기는 연령대가 좀 높은 느낌이라 걱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저학년 아이이고 작년의 경험이 있던지라 올해도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개학식날 물어보니 엄마보다 젊으신 거 같다고 아이가 이야기했다. 수업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으로 즐겁게 이끌어 가시고 아이들에게 독서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내심 마음이 놓였었다.
줌으로 마주한 선생님은 나와 아이들 엄마들과 비슷한 연배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도 엄마들도 조금 편안한 분위기였다. 문제는 단 하나! 학급 교육과정 소개 전에 학급 대표와 녹색어머니 대표, 도서관 사서를 도와줄 책사랑 어머니를 뽑아야 한다고 하셨다. 휴대폰으로 접속한 줌이라 다른 엄마들의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미안해하시는 선생님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있는 엄마들이 없었을 듯했다. 학기초만 되면 왜 이렇게 책상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이 많은 것일까.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학교 다닐 때도 김 씨라서 1번으로 임시 반장을 한 것 말고는 총무(임시 반장이라 시켜줬는데 모의고사비 걷고 관리하는 임무가 나랑은 맞지 않았다), 미화부장(그림 좋아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맡는 감투) 정도밖에 못해보았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기꺼이 나서지만,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라 누군가 적극적인 분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반 아이들 27명 중에 11명의 엄마들이 참석했고 그 와중에 반은 일하는 엄마들이 근무 중에 참석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학급대표와 녹색어머니 대표였다. "힘드실까요? 어머님~?" 하는 선생님의 난감한 외침에 호응해 줄 수 없음에 안타까웠다.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선생님도 아이들의 선생님이기 이전에 직장인이라는 생각이 드니 얼른 끝내시고 명단 올리고 퇴근하셔야 할 텐데란 생각이 절로 나왔다. 결국은 녹색 어머니 대표와 책사랑 어머니만 뽑히고 학급대표를 뽑지 못한 채로 줌이 끝났다. 그러고 나서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학급 대표를 맡아 달라는 전화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른 분이 학급 대표를 맡으시고 책사랑 어머니를 맡아 달라는 전화였어서, 나도 독서에 관심이 많고 아이 학교 도서관이 꽤 궁금했기에 흔쾌히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아이에게 올해는 엄마가 학교에 올 일이 좀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니 신이 났다. '그래, 내가 너 때문에 이걸 한다고 했지 누구 때문에 하겠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