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최대 난제
뭘 먹을지 입맛도 없는데, 아무거나 먹긴 싫고, 그런 날이 있다. 어떤 날은 특정한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금방 메뉴 선정이 끝나는데, 당기는 게 없고 냉장고에 주메뉴 할만한 재료가 마땅치 않으면 마냥 헤맨다. 예전엔 음식을 해놓고 얼렸다가 다시 해동해 먹는다는 것에 신선도나 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냉동식품도 꺼려했다. 언젠가 새벽 배송을 시키면서 주문했던 냉동식품이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여러 번 시키며 괜찮은 냉동식품을 발견하곤 냉장고에 재워 두기도 한다. 요즘엔 그마저도 다 먹어서 냉동실에는 지난 설에 시댁에서 받아온 떡과 만두만 가득하다. 그런데 만두는 먹기 싫다.
지역 맘 카페를 보면 꼭 '오늘 저녁 머 해 드세요?' 또는 요즘 아이 반찬 머 해주세요?'라는 질문들이 꼭 있다. 다들 머 해 먹나 보면 사정은 비슷하다. 댓글에 '족발 시켰어요~' 하는 사람들도 있고, '미역국 끓였어요~' '저도 같은 고민이에요~'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한 메뉴는 먹고 싶지가 않아 또 검색창에 '저녁 메뉴'를 쳐보기도 한다.
오후 5-6시가 되었는데도 그날의 저녁 메뉴가 정해지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회사에서 일할 땐 새벽 배송으로 밀 키트를 쟁여 놓거나 음식 하기 너무 귀찮은 날은 퇴근길에 배달 음식을 주문해서 저녁 메뉴를 해결하곤 했다. 간편하긴 하지만 밀키트는 저렴한 대신 재료들이 거의 수입산, 육고기도 거의 수입산이다. 배달음식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이건 일회용품과 환경 호르몬 걱정이 더해져 먹으면서도 조금 신경 쓰이곤 한다. 이제는 내가 집에 있으니 되도록이면 집에서 해 먹으려고 한다. 보통은 5시부터 쌀을 불려놓고 그날의 저녁을 준비하는데 며칠 집밥을 열심히 해 먹었더니 그새 메뉴가 고갈되어 다시 원점이 되어버렸다. 며칠 전에 김밥을 사 먹기도, 만들어 먹기도 했고, 볶음밥과 라면도 요즘 지겹게 먹고 있고(아이에게 야채를 먹이기 위해 해주다 보니 만만한 게 볶음밥이다), 계란말이도 카레도 삼겹살도 된장국도, 치킨도 자주 먹었다. 결국은 오늘은 집에 있던 토마토소스에 양파와 소고기를 넣고 토마토 파스타로 저녁을 해치웠다. 맛있게 먹긴 했지만, 걱정되면 사안을 먹고 없애버린 느낌이라 해치우다라는 표현이 맞는것 같다.
다음 메뉴 발굴을 위해 요리책도 들여다 보고, 요리 인플루언서의 피드를 유심히 들여다 보기도 한다. 냉장고 안의 재료들로 해볼만한 요리 리스트가 꽤 저장되어있다. 매운 음식, 아이가 싫어하는 해물요리등을 제외하면 또 한정적으로 변하지만, 내일 저녁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또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