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입장

에서 내가 하루 일기를 써보았다.

by 레이지살롱


아침에 눈을 뜨니 밑에서 자던 아빠가 안 보인다. 출근 준비를 하러 간 것 같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간다. 엄마는 이미 일어나서 작업실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엄마에게 안겼다가 TV를 보러 거실로 가는데, 아직 시간이 너무 이르다고 한다. 6시 40분이다. 거실 소파에 조금 누워 있다가 7시 되기 기다렸다가 TV를 켰다. 마인크래프트 영어 영상을 보는데 재미있다.


오늘은 빵을 먹고 싶은데 엄마한테 아침이 뭐냐고 물어보니 계란밥이라고 한다. 나는 빵을 먹고 싶어서 식빵 먹으면 안 되냐고 물어봤는데, 밥을 먹으라고 한다. 빵이 더 맛있는데. 아무리 얘기해도 안 통해서 어쩔 수 없이 지겨운 계란밥을 먹기로 했다. 엄마는 여전히 작업실에 있다. 8시 돼서 TV를 멈추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다먹고 사과를 먹으면서 TV를 더 봐야겠다고 하니 엄마는 시간이 없다며 바로 양치를 하라고 한다. 티비를 더 보고 싶은데 왜 자꾸 시간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5분만 3분만 더 달라고 했지만 들어주지 않는다. 대신 사과는 반만 먹으라고 했다.


양치를 다하니 이제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는데 내 방에서 혼자 서랍에서 옷을 꺼내 가져오는 게 무섭다. 그래서 엄마에게 같이 가자고 이야기하는데 엄마는 자꾸 혼자 하라고 한다. 잠깐 이면 되는데.. 엄마에게 사정을 해도 혼자 가라고 하는데 매달리니 결국은 같이 가줬다. 다행이다. 옷을 골라서 입고, 수저통과 물통을 챙기라고 한다. '회전목마' 노래가 듣고 싶어서 노래를 켰다. 엄마는 조용히 하고 물통에 물은 넣었냐고 다시 묻는다. 노래 듣느라 까먹었다. 물과 수저통을 책가방에 담는데 또 엄마는 학교에서 읽을 책은 넣었냐고 한다. 40분이 되니 아직도 옷을 안 입으면 어떡하냐고 한다.


우리 반 친구 박수현과 학교를 같이 가기 위해 박수현 나오는 동 입구에서 만나기로 해서 급하게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나왔다. 원래는 엄마랑 같이 학교 가는데, 박수현과 만나기로 하고부터는 아침에 엄마가 305동까지만 같이 가준다. 박수현과 함께 가니 교실까지 같이 가서 더 좋다.




학교 가기 전 아이 입장에서 글을 써 보았다. 아이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엄마는 맨날 머 하라고 하고 보채는 존재가 되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아이는 느긋하고, 자꾸 다른 길로 빠지고 정신이 없다. 길을 걸을 때도 항상 가장자리 끝에 위험하고 좁은 길로 간다. 나는 잔소리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아이에게는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엄마가 되는것 같다. 자상한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아이 입장에서 쓰면서 보니 자상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어 보인다. 다시 생각해보니 스스로 하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쓰고 나니 매일 아침 하나하나 내가 다 챙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면 알아서 할 수 있는 아인데. 다시 좀 차분히 생각하고 내가 진짜로 챙겨야 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식목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