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주려고 맛있는 케이크를 가져왔어."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그래?"
"응"
"어디 있어?"
"내가 다 먹어 버렸어."
"아"
"그래서 하나 더 가져왔지."
"그랬어? 그건 어디 있는데?"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라는 서로 안 어울리는 세 동물과 소년이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눈다. 작가는 이 책은 우정에 관한 책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 책으로 삶의 태도와 방식에 대해 느꼈다. 굵고 얇은 선의 대비가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일러스트와 작가의 손글씨로 써진 책은 그림책으로 봐야 할지 철학서로 봐야 할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짧은 글과 그림으로 페이지가 가득하지만 짧은 문장 안에 함축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한글 번역본으로 필기체 느낌이 왠지 투박한 느낌이 들어 원서를 찾아보았다. 작가의 필기체와 일러스트의 조화가 번역본의 조금 어색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느낌이어서 바로 원서를 구입했다.
작가는 어느 날 친구들과 용기에 대해, 그동안 했던 가장 용기 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힘들었던 시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던 일이 가장 용기 있던 일이었다고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 그린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남겼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림을 쓰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고 그 그림으로부터 이 책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줘'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짧은 대화 안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의 생각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읽으면서 글을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소년의 질문에 나의 입장에서 다시 대답해보았다. 질문이 많아지는 글, 삶을 관통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넘어 삶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림책을 보면 경외감이 든다. 나의 짧은 지식과 경험 중 삶의 한 부분을 확대해서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떤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