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겪는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것도 있습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런던에서 94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를 쓴 작가입니다. 그런데 살면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내 질문에, 대답은 이랬습니다.
"나는 종종 내가 옛날의 그 어린 여자아이라는 기분이 들어요. 살면서 뭔가를 도대체 배우기는 했는지, 그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진답니다."
-작가의 말 중(하이케 팔러)-
40이 넘은 나도 아직도 내가 어린 여자아이 같다는 기분을 종종 느낀다. 도대체 나는 언제 지혜로운 어른이 되는 걸까 생각하기도 한다. 100 인생 그림책은 1살부터 100살까지의 깨우침이 일러스트와 함께 들어있는 책이다. 인터넷에서 보고 흥미로워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도 결국 소장하고 싶어서 구매했다.
글과 일러스트가 너무 절묘하게 잘 표현해서 당연히 단일 작가가 글도 그림도 모두 그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일 앞에 오는 이름만 기억하고 있어서 하이케 팔러가 일러스트레이터라고도 생각했다. 글 작가와 그림작가 중 비중이 누가 클까 잠시 생각했다. 글과 그림이 모두 좋았기 때문에 50:50의 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글 작가 이름이 먼저 쓰여 있고 나 또한 글 작가 이름만 기억하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글 작가에게 지분이 더 있는 걸까 생각이 들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읽는 페이지마다 깊은 공감이 느껴져 이 글을 쓴 작가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나이가 50밖에 안된 작가였다. 연륜이 꽤 있는 사람이 썼을 거라 생각했던 글은 작가가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하며 '살면서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통해 나온 글이었다.
가끔 이 책을 펼쳐서 나의 나이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본다. 그리고 내년의 페이지와 그 후년의 페이지도. 또 우리 아이의 나이에 해당하는 페이지도 보게 된다. 외국 작가의 책이기에 해당 나이를 만 나이로 찾아보았다.
'8 네 자신을 점점 믿게 되겠지 8 (1/2) 세상일을 다 믿지도 않게 되고'
한국 나이로 9살 된 아이는 아직도 산타를 믿고 있다. 하지만 주위에서 산타는 엄마, 아빠라고 이야기를 하는지 얼마 전 나와 남편에게 아이가 심각하게 물어보았다. 남편은 '설마.. 아직도 믿어?'라고 대답했다. 평상시에 남편은 장난을 많이 치기에 아이는 거짓말이길 바라며 나에게 다시 확답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응~ 당연히 산타는 있지~'라고 아이의 바람대로 대답해 주었으나 과연 얼마나 믿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일들을 겪을 시기에 딱 맞는 문구와 일러스트가 있었다.
나도 언젠가 이렇게 세대를 관통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이런 책을 내려면 내면이 가득 찬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배움을 통해서도 가능한것 같아 희망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