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득 글/ 한병호 그림
이 봄이 가기 전에 소개하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 제목은 바로 '봄 숲 놀이터'이다. 아이 고모가 가끔씩 그림책을 선물해 주시는데, 몇 년 전에 받았던 책이다. 대안학교에서 선생님을 하셨던 아이 고모는 성교육 책, 다문화 관련 책, 난민 관련 책 등 다양한 책을 골라 주시곤 했는데 봄 내음이 가득한 이 책은 아이에게 읽어주며 나도 너무 행복해졌던 책이다.
얼마 전 수업을 듣기 시작한 그림책 상담사 수업에서 이번 주에 같이 수업을 듣는 분들과 봄 그림책을 공유할 기회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 책이 더 좋아졌다. 그래서 이봄이 끝나기 전에 다른 분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어졌다.
표지를 보면 주인공 아이와 숲 속 동물들이 숨바꼭질을 하듯 얼굴을 빼꼼 내보인다. 봄 숲에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그림책을 보면 아이가 유독 좋아하는 책들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은 아이도 나도 좋아한다. 받은 지 몇 년 된 것 같은데 아이가 잊을만하면 읽어달라고 들고 오기 때문에 읽을 때마다 '이런 책이 있었지, 그림 참 예쁘다'라고 생각하며 읽는다.
숲길을 걷다보니 멧돼지하고
고양이하고 여우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어.
여우는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나무 그릇에 가득 담았어.
그릇에서 파방파방 꽃봉오리 터지는 냄새가 나.
새잎 돋는 소리도 나.
재재재재 딱따르르 새소리도 나.
꼬르륵!
여우 배꼽 우는 소리에 숲이 들썩들썩해.
모두 배가 고파졌어.
-봄 숲 놀이터 본문 발췌-
이 책은 그림이 서정적이고 아름답지만 안에 들어가는 글 또한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평소에 내가 할 수 없는 말, 그림책이 아니면 내입을 통해 이렇게 아름다운 말들을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파방파방 꽃봉오리 터지는 냄새가 난다는 표현은 지금의 나는 잘할 수 없는 표현이다. 주인공 아이 이름은 강이 인데, 그림책의 문체가 '강이가 말했어'라고 쓰여있어서 '~했습니다'라고 끝나는 책들보다는 읽어주기 좀 더 편하게 느껴졌다.
수채화의 포근포근한 일러스트에 강이와 동물들이 꽃밥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꽃밥을 만들어 서로 아까워하며 먹는 모습이 책을 읽고 있는 나 또한 아까워서 '먹기 아까워~'라는 글에 공감되었다. 알고 보니 이 책은 보림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으로 왠지 더 친근감이 든다.
평소에도 그림책을 좋아했지만 진심으로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림책이 더 좋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