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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May 30. 2023

자전거 잘 타시나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네 살 많은 친오빠가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줬다. 집에 자전거가 없었는데 어디선가 내 몸집에 맞지 않은 큰 자전거를 빌려와 집 앞 공터에서 한나절 정도 연습시켰다. 큰 자전거를 타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나를 가르쳐주기 위해 빌려온 거라 무서워하며 탔던 것 같다. 뒤에서 잡아 주던 손을 놓아도 겨우 탈 정도가 된 후 그 자전거는 다시 주인에게 돌아갔다. 그 뒤로 성인이 될 때까지 자전거를 탈일이 없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자전거를 타야 할 일이 생겼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를 타야 시내관광하기 좋다고 하기에 같이 가는 일행들이 자전거 일정을 넣었다. 자전거에 자신 없던 날 위해 그 친구들은 여행 전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특훈을 시켜주었다. 평일 낮, 사람 없이 한적한 공간에서 타니 생각보다 잘 타서 1시간도 안 타고 연습을 끝냈다. 자신은 없지만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해 처음으로 자전거를 하루종일 탔지만 시내의 자전거길은 꽤 잘 되어있었고 무리 없이 잘 타고 다녔다. 성공적으로 자전거를 잘 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로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졌다. 라이더와 보행자가 뒤섞인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을 때 선두로 치고 나가야 할 때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부모가 되어 아이가 네발 자전거의 뒷바퀴 두 개를 떼게 되어 두 발 자전거를 연습할 때 아이에게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이에게 넘어지면서 감각을 배우고 균형 잡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나는 넘어지는 게 무서워서 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몇십 년째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하기도 못 탄다고 하기도 애매한 상태에 있다. 탈 수는 있으나 두려워서 못 타고, 잘 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는 하지만 노력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못 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자전거 평생 안타고도 살아가는데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를 탈 기회는 생각보다 여러 번 찾아왔다. 얼마 전 가족과 공원에 가니 공원에 서울시 대여 자전거인 ‘따릉이’가 많이 있었다. 아이와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공원 한 바퀴를 돌며 재밌어했는데 나는 자전거에 두려움이 있어 쉽게 시도하지 않지 못했다. 나도 함께 같이 달리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었지만 그날은 치마를 입고 있어서 선뜻 타지 못했다. 만약 자전거를 잘 탔으면 치마 따위는 변명거리가 되지 못했을 것을 나는 안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전거의 두려움을 깨는 것이 먼저다. 다음 자전거탈 기회가 생기면 여유로운 시간에 내 리듬에 맞춰 자전거 타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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