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믿으시나요?
나는 운명을 믿는 편이다. 사람은 각자의 타고난 사주가 있다고 믿는다. 타고난 팔자대로 살고 싶지 않다면 부단한 노력으로 스스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도 믿는다. 20대 후반에 종로 길거리 천막에서 사주를 본 적이 있다. 5,000원짜리 간단 사주였는데, 바로 코앞의 나의 앞길과 운명의 남자는 언제 나타날 것인가가 궁금했던 나에게 역술가는 말년의 운이 좋느니 50대 60대 70대에 갈수록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천막을 나오며 뭔가 떨떠름했던 기억이다. 당장 코앞의 미래가 궁금했던 20대의 나에게 50대-70대의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윤여정 배우가 70대에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걸 보니 내 인생이 노년에 피더라도 나쁘지 않은 운명 같긴 하다.) 벌써 40대에 접어들어 그 희미한 기억 속 50대부터 사주가 좋다는 그 이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몇 년 전 타로 마스터인 지인이 20대의 노력으로 30대의 모습이 되고 30대의 노력이 40대의 모습이 되어 그때부턴 본인의 정체성이 잘 바뀌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30대였던 그녀도 본인이 원하는 40대를 위해 노력하며 그런 말을 했었다. 2-30대에 그렸던 나의 40대의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이렇게 회사만 다니며 사는 모습은 아니었다. 좀 더 멋진 모습이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회사만 다니면 지금 나의 모습이 되풀이되어있을 것 같아 아찔 하고 불안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조금씩 내가 원하는 40대가 되기 위해 나를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내년 나의 타로카드의 운은 ‘운명의 수레바퀴’라고 한다. 이 카드는 이동, 움직임, 변화, 행운, 터닝포인트, 역마살, 순환, 새로운 시작, 반복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카드다. 좋은 카드지만 내년을 위해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헛바퀴가 도는 카드라고 한다. 내 타고난 운에 노력까지 더하면 더할 나위 없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