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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만나

당장 만나(고 싶다)

by 레이지살롱


지난 7월 친구들과 온라인 미팅 화면으로 만났다. 온라인으로 일적인 회의는 많이 해봤어도 친구들과 수다를 위한 방은 처음 열어 보았다. 코로나라는 벽도 있지만 이 중 한 명은 호주에 있고 나머지 셋은 각자의 위치에서 한번 모이기가 쉽지 않아서 코로나 이후로는 서로의 생일에 겨우 안부만 묻고 있었다. 그래도 오랜 친구라 만나면 항상 어색할 것 없는 친구들이다. 스무 살에 처음 만난 우리는 서로가 각자의 스무 살을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지 언제 만나도 우리는 여전히 스무 살이다. 금요일 밤 10시에 모이기로 하고 각자 선호하는 알코올과 음료를 들고 모였다. 호주에 있는 친구는 아이도, 남편도 모두 재운 11시(서머타임으로 한 시간 빠르다)였다. 결혼 안 한 한 친구는 가족과 살고 있는 집 본인 방에서, 다른 한 친구는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가죽 공방에서 그리고 나는 우리 집 작업실 베란다에서 오랜만의 재회를 위해 모였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만난다고 해도 만나기 전에 혹시나 늦을까 싶어서 시작 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아이가 10부터 자는 시간이라 겨우 잠자리 책을 읽어 주고 간당간당하게 컴퓨터를 켰다. 10시에 접속하니 호스트인 내가 수락을 안 해줘서 채팅방이 아우성이었다. 되는 건지, 제대로 들어온 건지 다들 처음인데 나 또한 호스트는 처음이었기에 우왕좌왕하다가 모였다. 온라인으로 만난 우리는 한 사람씩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호응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서로의 아늑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영상통화는 자주 해왔지만 아이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용도 이외에 친구들과의 교감을 위해 나를 위한 영상통화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온라인이라고 해도 서로의 말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나누니 장소만 다른 곳에 있을 뿐 함께 있는 느낌이라 이상했다. 노트북의 화면에 대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 너머로 있는 친구들은 진짜 친구들이기에 직접 만나지 않아도 반갑고 즐거웠다.


회사에선 껄끄러운 업체 사람들을 대면으로 안 보고 딱 해야 할 말만 주고받으니 나쁘지 않았는데 친구들과의 만남은 약간 감질맛이 났다. 동시에 웃더라도 마이크가 물리면 안 들리니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려면 마이크도 잠시 꺼놓기도 하고 말이 다 끝나길 기다렸다가 동시에 말이 물리지 않게 타이밍을 잘 잡으려고 노력했다. 한 친구는 중간에 화면이 꺼졌는데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결국 마이크만 살린 채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야만 했다. 각자 다른 세계를 살다가 온라인으로 만났으니 이제 졸려서 자러 가고 싶은 친구도 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친구도 있고 컨디션이 제각각이다. 그리고 줌 무료 계정으로 미팅룸을 만들었더니 45분의 제한도 걸려 있었다. 두 번의 45분을 보내고 그다음 달에 또 만나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매달 첫째 주 금요일 10시에 만나기로 했으나 7월, 8월로 모임은 끝이 났다.


금요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못 지켜지거나 한 게 아니라 서로가 일상생활에 치여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9월 중순쯤 누군가가 '우리 근데 줌모임 안 했네?'라는 말로 우리의 모임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10월엔 기필코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12월이 지난 여전히 다시 잇질 못했다. 온라인으로 만나도 여전히 좋고 그립지만 직접 만났을 때와 다른 어떤 아쉬움이 남는다. 화면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다~~~'를 외치는 친구들인데 다시 편하게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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