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캐와 부캐를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도 한때는 다양한 경험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건,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성격이었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왜 이렇게 귀찮고 두려운 게 많아진 건지 모르겠다.
아이가 엄마도 같이 카약을 타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엄마는 물에 젖는 거 싫어, 빠질까 봐 무서워- 혼자 타~ 다른 아이들도 혼자 잘 타네' 하면서 손을 놓고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아이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이런 엄마였구나. 어느 순간 나의 경험보다 아이의 경험을 중요시하고 나는 안 해도 되고- 나는 나중에 해도 되고- 내 취향과 우선순위가 밀리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어딜 가도 아이 위주로 다니고 자연스레 뭘 해도 그냥 아이가 하는 거라고 생각해 버렸다. 나는 사실 물에 옷이 젖는 것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다.
코로나 시대에 접하면서 가족끼리만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나의 존재보단 엄마라는 존재와 엄마라는 형식에 얽매여 있는 사람처럼- 삼시세끼 밥 끼니만 걱정하고 있고 마트 장보기 앱만 끌어안고 있고 생필품 세일 소식을 중요시 생각하며.. 나의 모든 정신이 가족의 안위와 먹는 데에만 정신이 쏠려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와 책을 보거나 무언가를 볼 때 패러글라이딩? 엄마도 해봤어~ 뉴욕? 마드리드? 이스탄불? 엄마도 거기 다 가봤지~라고 얘기하곤 했는데 어느새 과거형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회사에서도 오래 있다 보니 어느새 라떼만 얘기하는 나를 보곤 흠칫 흠칫했는데 집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매일 새로운 나로 살고 있는데 인식하지 못한 채로 저 뒤에 서있는 나를 돌아보며 아쉬워하고 있는 것 같다. 휴직한 요즘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본캐를 끌어서 미래로 끌고 나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어느새 현실은 엄마인 나의 존재만이 바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실 나의 본캐는 뭐였을까. 지금 나는, 엄마라는 존재는 본캐인가 부캐인가. 부캐라고 하기엔 나의 본업을 등한시하는 느낌이고 본캐라고 하기엔.. 그럼 나는?이라는 반발이 생긴다. 유재석처럼 본캐와 부캐가 헷갈릴 정도로 머 한 가지도 그리 잘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더 헷갈리는 걸까. 글을 쓰다 보니 지금까지는 본캐가 엄마였지만, 서서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듯이, 나 또한 내 존재를 점 점 더 또렸해 지도록 애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