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다이어트

by 달과별나라

내가 첫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10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평생 살 찔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내가 수험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몸무게는 결코 과체중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은 꿈의 숫자인 55킬로그램 정도였으니, 내 키가 165cm인 걸 감안하면 지극히 보통의 체중이었다.


그러나 원래 50kg 안팎이던 몸무게가 55kg를 넘나드는 걸 보자 처음으로 '다이어트'라는 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는 스키니진이 유행이었다. 빠짝 마른 젓가락 같은 다리가 갖고 싶었고, 짧은 치마에 딱 붙는 상의를 입고 싶었다. 당시에 그런류의 ‘마름’이 유행이었는데, 지금도 유행인걸 보면 아마, 이 유행은 절대 끝나진 않을 것 같다.


첫 다이어트는 누구나 해봤을 법한 흔히 말하는 정석의 방식으로 시작했다. 아침, 점심은 일반식을 먹고 저녁에는 고구마 하나와 두유 하나로 때우고, 헬스장에서 1시간씩 운동을 했다. 그렇게 한 달 만에 50kg으로 돌아가자 다이어트가 참 쉽다는 생각이 들고 욕심이 생겼다.


이번엔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4'를 보고 싶었다. 그때부터 저녁을 아예 굶기 시작했고, 그렇게 또 한 달 만에 48kg까지 감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45kg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달성하지는 못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만족을 모른다. 두 달 만에 급하게 감량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 몇 배나 더 어렵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저 다이어트 성공자로서의 기쁨에 도취되었을 뿐이었다. 44 사이즈 옷을 입고, "너 너무 말랐다"는 말을 듣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배고픔을 즐겼고, 그런 내 자신이 멋져보였다. 혼자서 뭔가를 이뤄내고 달성한 게 뿌듯했다. 승리자가 된 것 같았다.


대학에 가면 살이 빠진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고등학생 때처럼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생활보다는 넓은 캠퍼스를 바쁘게 돌아다니니 약간은 빠질 수 있지만,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대학에 간다고 저절로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반대였다. 대학에 가면서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잦은 모임과 성인이 되며 자연스레 늘어난 술자리들, 그리고 꼭 해줘야 할 것만 같았던 다음날 해장까지, 그렇게 조금씩 살이 붙었다.


처음에는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바지가 꽉 끼어 더는 들어가지 않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제야 놀라서 생각해 보았다.

다이어트 후에는 살이 찔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내가 다시 살이 오르고 있었다니!

빠진 몸무게가 영원 할 줄 알았기 때문에 다시 밥을 먹고 술을 먹는다고 해서 살이 오를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들 다이어트 후에도 날씬한 몸매를 잘 유지하는 것 같았는데, 왜 나는 그러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살 정말 많이 빠졌다," "너무 말랐다"는 말에 자존감을 충전했던 나는 "왜 이렇게 살쪘어?"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살쪘다는 말을 들었다.


저녁을 먹었을 뿐인데, 술자리에서 안주도 먹지 않았는데, 이대로라면 평생 저녁을 굶어야만 하는 걸까?

48kg 이후로는 몸무게를 재지 않았다. 스스로 날씬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살이 조금 올랐어도 50kg 정도 됐겠지 생각했다. 그러다 가을 무렵,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의 55kg보다 더 늘어난 56kg이 되어 있었다.

고작 6개월 만에 8키로가 증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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