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를 보자 당황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순간이 긴 다이어트와 요요의 서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분명 저녁을 줄이고 운동을 해서 살을 뺐는데 왜 다시 찐 걸까, 나는 원래도 그렇게 식탐이 많은 편은 아니다. 평소 먹던 대로 먹고 저녁을 조금 먹었을 뿐이고, 운동을 안 했다. 그래, 그렇다면 다시 똑같이 해보자.
그렇게 똑같이 시작했지만, 몸무게는 2킬로 안팎을 맴돌며 제자리걸음이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저녁약속이 없다거나 밤에 헬스를 하러 가는 건 파워 E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집에 있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기에 무조건 나가 놀아야만 했다. 약속이 없어도 혼자 나가서 놀았다. 헬스 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서 더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알게 된 덴마크 다이어트, 저대로 일주일만 먹으면 8킬로는 그냥 빠진단다.
나는 곧장 마트로 달려가 덴마크 다이어트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매하고 다음날부터 다시 살이 빠진 다는 생각에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
덴마크 다이어트로 5킬로 감량했지만, 바지는 여전히 끼었다. 몸무게 숫자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래도 다시 50kg 초반이 된 게 기뻤다. 하지만 일반식으로 돌아오니 다시 몸이 불어나는 느낌이었다. 아뿔싸, 다시 몸무게가 돌아왔다.
그때부터 정신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살이 찌는 게 너무 싫었다. 무언가에 씐 듯 다이어트를 반복하게 되었다.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약속이 생기면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친구들과 만나도 몇 숟가락 뜨지 않았다. 식습관은 점점 깨졌고, 살찔까 봐 약속도 피하게 됐다.
결국, 집에 틀어박혀 마녀수프, 레몬디톡스, 두부, 방울토마토, 닭가슴살 샐러드... 가능한 모든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전부 시도했고 유명연예인의 제품들을 샀다. 한 다이어트가 끝나고 다시 살이 찐 것 같으면 새로운 다이어트를 찾았다. 다이어트가 끝나면 어떤 음식을 먹을지 상상하는 것이 그때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지만 이 위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요요로 돌아오며 절망만 안겨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 먹는 것과 싸우며 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살이 찔 때마다 찾아오는 죄책감, 거울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혐오감이 내 일상 속을 잠식해 갔다. 한 다이어트가 끝나고 살이 찐 것 같으면 또 새로운 다이어트를 하고, 또 하고, 마치 다이어트만을 위해 사는 사람 같았다.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효과를 주지만, 대부분 영양 불균형이나 지나친 제한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다이어트는 몸을 억지로 통제하려 하기에, 결국 본래의 습관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살이 찌게 된다.
몸무게는 보란 듯이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내 몸은 56KG이 살아가기 편한 몸무게로 정착된 것 같았다.
어느 날, 다이어트 한약을 알게 되었다. 한약을 먹으면 입맛이 없어져서 자연스럽게 굶게 되었다. 하루에 1킬로씩 빠지며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나 점점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이루지 못해 예민해졌다. 5킬로 감량 후 한약을 끊었고, 그 후 엄청난 식탐이 몰려왔다. 나는 폭주한 듯 먹기 시작했다.
목 끝까지 차오르도록 먹고 또 먹었다. 밥 한 솥을 다 먹고, 치킨 한 마리, 라면 세 개를 한 번에 끓여 먹었다. 통제 불가였다. 먹는 동안 시간이 멈춘 듯 느껴졌고, 마치 머릿속에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 같았다. 뒤늦게 찾아오는 후회와 자책은 내 일상을 잠식하고 끝내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내 온몸과 정신이 음식에 지배당하기 시작했고 몸무게는 60kg를 돌파했다. 다이어트가 거듭될수록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러다 결국, 나는 70kg에 이르렀다.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비만'에 도달한 것이다.
그때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수많은 다이어트가 내게 맞지 않았던 이유는 억지로 내 몸을 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다이어트들은 말 그대로 한때의 ‘유행’ 일뿐이고, 오래 지속될 수 없었고, 오히려 나를 더 깊은 억압과 좌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결국 내가 정말 필요로 했던 것은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과정이었다. 다이어트로 몸을 강박적으로 쥐고 흔들기보다 나 자신의 욕구와 진짜 원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 내가 그토록 싸워왔던 대상은 어쩌면 '나'라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