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찌는 것이 두려웠다.
이미 다이어트를 위해 무리하게 약을 복용했던 적이 있었고, 그 부작용을 뼈저리게 경험한 후로 절식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먹는 것을 자제할수록 내 안의 식욕은 더 강렬해지고 억누르기 힘들어졌다.
음식이 눈앞에 놓이면 충동적으로 손이 가고, 입에 들어간 음식이 목을 타고 내려가기도 전에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무언가를 삼킬 때마다 화가 났다. 음식을 먹고 있는 내 모습, 뚱뚱해 보이는 내 몸이 불쾌하게 느껴졌고, 나 자신을 향한 혐오와 분노가 솟구쳤다.
결국 해결책은 한 가지뿐이었다. 먹은 것을 다시 토해내는 것.
내 몸에 남아있지 않도록, 살이 되지 않도록 매번 손가락을 입 안 깊숙이 넣어 하루 동안 먹은 모든 것을 토해냈다. 그날 먹은 모든 것이 나왔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멈췄다. 그렇게 몇 번이고 반복했다. 억지로라도 위를 비워내야 비로소 살이 찌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토해낸 그 모든 것이 내 몸을 조금씩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느끼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지나며 잇몸은 시리고, 목은 갈라지며 따가워졌다. 몸은 오히려 더 가볍지 않았고, 언제나 무거운 피로와 고통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었다. 뭔가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부끄럽고 한심해 보였다. 억지로라도 뱉어내지 않으면 불안에 떨며 나 자신을 증오했다. 이렇게 매일매일 나 자신을 깎아내리고 있는 나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억지로 토하고 절식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면서 몸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생리가 멈추고, 몸무게는 더 이상 큰 변화가 없자 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이번엔 음식을 씹고 뱉기 시작한 것이다. 치킨을 시켜 씹고, 삼키지 않고 그대로 뱉어냈다. 이 방법이라면 칼로리를 흡수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씹고 뱉는 행위조차 강박이 되고, 음식을 삼키는 것이 고통스러워졌다.
내가 원하는 삶이 이런 것이었을까?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먹을 수 없고, 온종일 음식과 체중에 얽매여 불안해하는 삶을 사는 내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나는 평생 이렇게 음식에 얽매여 살아야만 하는 걸까?..
나는 그저 씹고, 뱉고, 토해내며 모든 에너지를 자학하는 데 쏟아부었을 뿐이다.
어느 순간 거울을 보다가 너무도 초라한 내 모습을 보며 무너져 내렸다. 내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였고, 마음 또한 피폐해져 있었다. 결국은 절식이었다. 어떤 다이어트를 해도 결국에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는 이상, 절식이 아니면 몸무게는 다시 돌아왔고, 그 절식의 굴레는 나를 더 살이 잘 찌는 몸으로 만들고, 그 무한 반복 속에서 또 굶고, 토하고, 씹고 뱉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이런 무의미하고 자기 파괴적인 싸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았다. 나를 옭아맨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과 억눌린 욕망들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고, 그 속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게 오히려 두려웠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갉아먹어 왔는지, 무엇을 얻고 싶었던 건지조차 희미해진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너, 요즘 힘들어 보인다. 괜찮아?”
나는 순간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려 했지만,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 스스로에게 던져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괜찮은가? 나는 정말 괜찮은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스스로를 미워하고 깎아내리며 보낸 나날들 속에서 나를 돌봐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보다 내가 나 자신을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득 날카롭게 다가왔다.
하루하루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살다 보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무뎌졌다. 허기와 죄책감, 절망과 두려움이 뒤섞여 아무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단순히 가벼운 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었음을. 내가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무조건 억누르기만 했다는 사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은 목표를 하나 세웠다. 더 이상 먹는 것을 죄악시하지 않기로, 그리고 내 몸을 원망하지 않기로.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나를 인정하고, 나의 결점조차 품어주는 연습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배고픔을 느낄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물었다. 정말 배가 고픈가, 아니면 마음이 허한 것인가?
그리고 산책을 시작했다. 새소리, 공원에서 마주치는 바람의 촉감, 더 이상 살을 빼기 위해 빈 속으로 힘없이 걷지 않았다. 적절히 먹고 소화를 위해 천천히 걸었다.
평소에 소홀히 했던 내 취미와 관심사들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그것들이 내 삶을 조금씩 채워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조금씩 다르게 살아보려고 애쓰며 내 안에 묻어두었던 욕망들을 해방시켜 주었다. 억지로라도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려는 그 과정이 다이어트보다 훨씬 어려웠지만, 동시에 더 큰 의미와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쉽지 않았다. 나를 받아들이는 길은 매번 나를 회피하고 저버리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나 스스로를 증오하고 외면하게 만드는 이 끝없는 자기 파괴의 굴레다.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매일 음식을 씹고, 뱉고, 토해내던 그 시간을 진짜로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가고 싶다. 지금도 몰래 토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멈춰도 된다고, 괜찮다고.”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도 하다.
결국 나의 몸은 내가 가장 오래도록 함께할 친구이자 집이다. 나 역시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멈춰도 괜찮다는, 그래도 괜찮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
당신의 몸은 충분히 소중하고, 충분히 사랑받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