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늘 긴장감으로 시작되었다.
눈을 뜨면 양치를 하고 화장실에 가서 모든 걸 비워내고 옷을 모조리 벗고 의식을 치렀다.
어제의 몸무게를 생각하며 발끝을 조심스레 올려보던 그 작은 기계는, 나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닌 그날 하루의 감정을 좌우하는 도구였다. 0.1g이라도 빠졌으면 안도를 했다. 하지만 몸무게가 똑같거나 0.1g이라도 쪄있으면 아침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어제 먹은 어떤 음식이 문제였는지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했다.
눈을 뜨면 체중계에 올라가는 게 두려워서 일어나지 않고 몇 시간을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기도 했고,
1kg은 화장실 한 번만 갔다 와도 쉽게 변할 수 있는 가짜 몸무게였음에도 그 숫자에 나는 매일을 1희 1 비하며 어느새 나의 일상과 감정은 그 숫자에 종속되어 그날의 기분과 자존감까지 모두 결정짓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체중계는 나의 하루를 결정짓는 무대와도 같았다.
특히나, 어제 하루를 나름 열심히 관리했다고 생각했을 때 체중이 오르면 정말 절망스러웠다.
그럴수록 더 굶게 됐다. 체중계 위에 서는 순간마다, 나의 모든 생각은 나 자신을 향한 불만과 증오로 가득 찼고, 이렇게 굶어도 자꾸만 몸무게가 정착하지 못하고 숫자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더 굶어야 하는지 눈물이 났다. 그럴 때면 하루가 너무 길고 버겁게 느껴졌다.
체중이 줄었을 때도 똑같았다. 빠진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 또 굶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살이 찌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만이 있었을 뿐,
결국 우울감이 밀려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나는 마치 무대 위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체중계 위에서 느끼는 희비의 반복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불만족과 자기비판으로 이어졌다. 체중을 재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할 거라는 걸 알았지만, 이 '검사'를 거부하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만약 체중계 위에 서지 않는다면, 내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것만 같았다.
잠들기 전이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 체중계 위에 올라가서 절망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그렇게 눈을 뜨고, 체중계 위에 오르고, 수없이 반복되는 절망의 나날들 속에 갇혀있었다.
체중계 위의 숫자는 전부가 아니다.
체중이 줄었어도 바지가 여전히 끼는 것처럼, 체중이 늘었지만 어느 순간 옷이 헐렁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몸무게는 근육량과 수분 변화 또는 생리주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숫자가 아닌, 내 몸의 변화와 느낌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숫자에 얽매이는 대신, 일상 속에서 더 가볍고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고, 원하는 옷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서야 깨달았다.
내가 숫자에 집착하는 동안, 실제로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신적으로 얼마나 피폐해져 갔는지 알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망쳐가며 살았다.
이 강박적인 행동들은 다이어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무게를 재고 싶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겠지만, 나처럼 강박증이 심한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몸무게를 잰다고 해도 분명 그 몸무게 재는 날을 위해서 굶고 토해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몸무게를 재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제 몸무게를 재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몇 킬로쯤 나가는지 대충 알 수 있다. 옷을 입어보고, 생활을 해보면서 느낄 수 있다.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살이 찌고 있다는 거다. 그럴 때는 몸무게를 재보고 너무 많이 먹진 않았는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할 뿐, 그 숫자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는다.
아침마다 그런 의식을 시행하지 않자 불안감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가끔 아침마다 수치를 확인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오지만,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려고 꾹 참아내며, 그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순간이 바로 체중계 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첫걸음이었다.
매일 아침 숫자의 강박 속에서 희비를 느끼던 나날들은 이제 과거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건강한 나의 몸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체중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는 이제 하루를 시작할 때 체중계가 아닌, 내 마음의 상태와 몸의 편안함에 집중한다.
아침마다 숫자로 날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내게 안도감을 가져다주었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들에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오랫동안 숫자에 묶여 있었던 내 삶은 그제야 처음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뀌었고,
무대에서 벗어난 배우처럼 진정한 나의 모습과 삶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제 매일 아침마다 몸을 느끼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새로운 의식이 자리 잡았다.
그 순간이 바로 진정한 해방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