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은냄비가 된 것일까
가마솥이 되고 싶었는데
은근~하게
뭉근~하게
느릿하게 천천히.
좋아하는 콘셉트(concept)이다.
비유하자면 '가마솥' 같은 느낌이랄까.
가마솥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나서지 않지만 옆에 함께 해주고
해결해 줄 수 없더라도 옆에서 들어주고
작지만 위로가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을 내가 먼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분위기 메이커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은 불편하고
주변에 친구들이 많지도 않다.
오랜 친구도 손에 꼽을 정도.
그마저 멀리 살아서 몇 년 만에 한두 번 보면 많이 보는 거지만
그렇게 만나도 편한 사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겪는 분단위 초단위의 감정을 나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갱년기 출발선에 다다른 것일까.
그동안의 쌓인 경험들의 영향인 것일까.
가마솥 같은 은은하고 느리지만 묵직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는...
양은냄비 같이 바르르 끓어오르고 식어버리는
급발진해버리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