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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제스트 Aug 30. 2024

흑백 스냅샷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 속의 나

Ep.2


인간의 기억력은 신기하다.

뇌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어떤 작용으로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스냅샵 형태로 내 몸속 어딘가에 들어가 있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기억 (記憶) Memory



나무위키에 따르면, 기억

뇌에 받아들인 인상, 경험 등 정보를 간직한 것, 또는 간직하다가 도로 떠올려내는 것.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 그 자체, 관점에 따라서는 '나'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한다.





평균적으로 언제부터 온전한 기억을 할 수 있는 걸까?

어떤 사람들은 아~주 어린 시절,

기어 다니기 시작하던 영아기 시절도 기억한다고 한다.


'말이 돼?? 뭔 허풍이야...'라고 단정 지었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인체의 신비는 알 수 없으니까.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결심하면서 내 몸속 제일 깊은 창고에 집어던져놓았던, 아님 고이 보관해 두었던 과거의 나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첫 기억은 무엇일까?


40년이 훨씬 넘은 시간 기억들은 많지 않다.

오래된 앨범에서 본 부모님 흑백 사진처럼 과거의 나도 흑백 스냅으로 몇 장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인생그래프를 그린다고 해도 이 시기는 비우거나 점선으로 표시할 수 있으려나?


'나'이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흑백 스냅샷으로 기억하는 순간들은 대략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시기이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 아빠의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엄마의 외삼촌, 외숙모... 나에겐 영도 할아버지, 할머니로 불리셨던 분들의 장면이 가장 많다.

내가 살았던 집의 기억은 정말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자주 드나들었던 영도 할아버지, 할머니 댁의 기억은 남아있다.


아마도 그곳에서 편안함을 느꼈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껴주셨던 마음이 내 세포에 스며들어 있나 보다.


흑백 스냅으로 남아있는 장면들 속에 해맑은 나.

영원히 사랑받고 주목받을 줄 알고 있던 나.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 당당했던 나.




그리고 그곳을 떠나 엄마, 아빠와 셋이서 지냈던 새로운 도시에서의 첫 집 장면  컷.


나의 주장이 강해지고 우기다가 혼나고 성질부리기를 반복하던 모습 몇 컷들. (애를 키우다 보니 혼날만했던 나였다... 이렇게 그 아이의 마음을 잊는 건가 ㅋㅋ)


유치원 버스 속에서 동생이 태어날 거라 엄마가 집에 안 계신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내 모습 한 컷. 



그때의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순 없지만

흑백 스냅으로 만난 나는...


'세상의 중심은 나'에서 중심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 주장을 고집하면 깨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생이 태어나면서 사랑은 변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인생이 달콤하지 만은 않다는 걸 7살에 깨달았을 수도.


순진무구.

현실감 0.

나만의 세상에서 나에게만 하루하루에 집중했던 시간.


나의 세상 껍질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란다는 건, 성장한다는 건...

내 세상이 커지는 걸까?

내 세상이 없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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