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끝나지 않는 리스타트

다시 또 선택의 순간, 버틸 것인가 다시 출발점에 설 것인가

by 레이지제스트


다시 신입으로 새 커리어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시간의 속도는 일정하지만 나이에 따라 체감하는 속도가 달라진다고 했던가.

뇌과학적으로 그렇다고 본 것 같기도 하고.


이론적으로 과학적으로 원리는 모르겠지만 정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렇게 느낀다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최소한 나는 예외의 경우에 들어가지 않는다.

입에 달고 있는 말이 "Time flies!" 니까.




경력단절 탈출 사다리에 매달려



빨리 흘러가는 것 같은 시간에 더해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다.

내가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


내 인생 계획에는 "세무" 관련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없었다.

내 인생에 세무 관련 일을 할 확률은 0.0000001%

0! 제로!라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실현되다니.


이런 가능성은 로또에서나 찾아오면 얼마나 좋...았을까? 좋..겠지?

(이젠 뭘 상상하기도 두렵다)


제2의 커리어를 세팅하기 위해 교육받고 창업하고 다시 교육받고 취업 문을 두드린 분야에서는 외면받고

관심도 없었고, 짧은 창업기간 동안 비용을 아끼려고 직접 하면서 절대 하기 싫은 일로 결론 내린 4대 보험과 세금신고를 업으로 하게 되다니!


이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는데...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단절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 잡으려고 했던 사다리들은 끝이 짧아서 올라가지 못하고

잡고 싶지 않았던 사다리 하나만 남아 타고 올라가고 있다니.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 일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목격해서 현실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시장 같았다.

세무라는 전문분야 경력이 쌓이니 적성에 맞다면 커리어적으로도 괜찮아 보였다.

나도 결국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를 돌리며 올라탔다.

선택의 여지도 없었지만.


그 사다리에 매달린 지 조금 지났는데, 다시 늪으로 점프해야 하나... 버텨야 하나 고민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 같은 고민으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맺음글을 쓰는 지금도 고민이 정리되지 않았다.


"내"가 중요해서, 잃고 싶지 않아서 일과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시소 타기를 하고 살아왔는데 오랜 경력단절 기간과 그로 인한 경제적 압박에 등 떠밀려 유일한 기회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최저시급도 감수하고, 그동안의 경력은 단절기간으로 상쇄된 걸로 감수하고, 40대의 마무리에 다시 신입으로 시작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또다시 시작해야 하나


그런데 결국 내가 경력단절을 선택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였던 가치인 "Work-Life Balance"가 지켜지지 않는다.

상반기는 바쁘고 하반기는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상반기 홀수달마다 2-3주 야근에 주말 출근해야 한다.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장시간 책상에서 컴퓨터와 서류를 보며 앉아만 있어야 한다.

두더지처럼 올라오는 문제들을 쳐내며 해결하는 스트레스는 보너스.


오래 이곳에 일하고 계신 분들이 존경스럽다.

진심으로.

내가 이 정도로 약했나 싶은 실망과 함께 다시 흔들린다.


집에서 가까운 최고의 위치에 있는 조건 외엔 몸 망가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경제적 문제 해결도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경력 단절 꼬리표를 이제 겨우 제거했는데 다시 또 꼬리표를 달 수 없잖아.

그렇다고 챙겨도 모자랄 건강을 망가뜨리면서 "일" 자체를 다시 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하는 건가?

나 직장인이에요...라는 타이틀을 위해서.


돈을 위해서만 일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돈을 위해 버텨야 한다.

어느 타이밍의 선택 오류로 지금의 결괏값이 나왔을까?

프로그래밍을 잘했지만 오타 하나로 오류가 나고 결괏값이 나오지 않듯이.


내 커리어는 어느 포인트의 오타로 결괏값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Work-Life Balance"는 신기루인가?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의 야근과 일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Stay? or Begin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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