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도대체 뭐길래

마음먹음 달라져

by 레이지제스트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삐걱거리니 다시 진흙 아래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숨쉬기 위해 떠난 여행.

결혼 후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




비 온 뒤 마주한 잔잔한 파도, 고요한 바다.

하늘색과 바다색이 묘하게 어우러지며 평온함이란 이런 거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고요하고 잔잔할 땐 하늘색까지 품은 이런 바다와 같다.

하지만 휘몰아칠 땐...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모르겠지만 몸까지 다 잡아먹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거대 파도, 아님 폭발하는 화산이 된다.



커리어, 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님 나의 길은 꼬불꼬불 여기저기 들렀다 목적지를 가는 굽은 길인 걸까.

쭉 뻗은 고속도로에 올라타기 위한 질주를 했어야 하나 소용없는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뭐가 맞는 답인지 사실 모르겠다.


어떤 길에 올라타든 "목적지" 설정이 핵심인데.

항상 향해가던 곳이 나의 목적지라고 착각했던 것일까.

목적지 입구에서 살펴보고는 뒤 돌아나 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돌고 돌아 상황에 휩쓸려 시작하게 된 지금의 일.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지금까지 조금이나마 쌓은 커리어 블록을 싹 다시 쓸어버리고 다시 쌓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나이에 있던 직장도 나올 시기인데...'

'이 나이에 갈 곳도 없는데, 여기서 불러준 것만도 어디야...'

최대 약점 '나이'로 모든 조건을 감수하고 다시 시작한 일.

유일하게 포기하지 못한 조건은 집에서의 거리였다.

다른 조건을 다 포기한 대신 하나쯤은 만족해야지.


처음엔 대만족이었다.

그러다 일이 익숙해지니 일하는 방식, 사무실 사람들, 급여, 시간 등 감수했던 나머지 사항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고요했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도보권으로 출퇴근하는 것도 힘든데 왕복 2시간 거리를 8년 가까이 다니고 있는 직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분은 '사람'이 좋아서 다닌다고 했다.

다른 곳에 가서 다시 적응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고.

그랬던 분은 본인의 유일한 조건이었던 '사람'과 틈이 생기며 마음이 돌아섰다.


내가 흔들리는 것 같으면 매번 도보권 직장임을 강조하며, 아이들 학원비 벌어야 되지 않냐며 오래 다니라고 적극 설득하던 분이, 더 이상 못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내가 목격한 두세번의 일이 있었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여러 일들이 쌓이고 쌓여 결정의 단계까지 온 것이겠지.


불과 3주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마음의 한계선을 넘으면 뒤돌아서는 건 순간이다.




양육자


어렸을 때부터 어렴풋이라도 상상하거나 계획해 본 기억이 없는 결혼과 육아.

여러 상황들이 쌓이고 쌓여 인생 계획에 없던 양육자가 되었다.


어린이는 언제까지를 의미하는 건가.

어린이를 지나 성인으로 가는 관문을 지나는 아이들.


엄마 역할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시간의 합이 부족해서일까.

시작 전부터 흔들리는 시소 위에서 불안 불안하게 시작한 엄마.

다른 건 모르겠지만 스스로 잘 생각하고 좋은 결정을 내리며 살아가는 좋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랐다.

가능한 큰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자라며 자립할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하게 키우고 싶었다.


노력한다고 했지만, 이젠 그 울타리가 좁다고 하는 아이들과 자주 부딪힌다.

아직은 울타리를 없애버리기는 불안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좁다고 불편해하는 아이들과 마음이 멀어진다.


가상의 울타리를 더 넓히는 데도 마음이 요동친다.

더 큰 울타리를 만들면서 이렇게 하면 양육자로서,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건 아닐까 하는 괴로움에 잡혀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인정인지 포기인지 모를, 각자의 존재로 거리를 더 두니 뒤집어지던 마음이 평온해진다.


순간순간 바람이 휘몰아치긴 하지만.

바뀐 상황은 없는데 앞에서 보느냐 뒤에서 보느냐에 따라 마음이 이렇게 달라진다고?


마음먹기 나름



괜히 나온 말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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