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기 친구들과의 여행

나만 깊게 생각하는 것일지라도

by 레이지제스트


크게 모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주변에 사람이 없는 편이다.

두루두루 많이 어울리기보단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사람과 드문드문 만나는 인간관계.


친하게 지내던 초등 친구들은 멀어지다 아이러브스쿨로 대학 때 다시 가까워지다 자연히 멀어졌다.

중학교 동창은 누가 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대학 동창은 졸업 후 연락하던 친구가 둘 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연락이 잘 안 되고 만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문득 사회성 형성에 오류가 있었던 것일까,..현재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고3 때 친구들.

30여 년 전 장면장면 기억하는 모습들이 있지만 특별히 성향이 맞거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니데 무엇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하고 있을까.

어쩌다 도시락 멤버가 된 계기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주 연락을 하지도 않는다.

일 년에 한두 번 연락하면 많이 하는 편이고,

2-3년 만에 한번 보면 자주 보는 편이다.

그렇지만 연락하면 어색하지 않고,

만나면 편한 오랜 친구들.


그중 한 친구는 결혼 후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다.

신혼여행을 일부러 파리를 선택한 이유에 친구가 있었고,

결혼 10주년 가족여행지 파리를 또다시 포함한 이유에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세 번째 파리 방문에 가장 큰 이유는 친구다.


고3 친구들과 함께 가기로 했던 첫 계획은 각자의 이유로 무산됐고 한 명만 갔다 왔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우리는 또다시 계획하기로 했다.

함께 파리로 가서 다른 도시로 여행 가기로.


이번엔 그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위해 일정을 맞추다 보니 8월, 가장 뜨거운 여름휴가시기에 유럽으로.


무너진 체력으로 장시간 여행이 버겁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했기에.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여전히 편한 친구들이지만 살아온 각자의 시간이 쌓인 모양이 다르니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각자 기억하는 고3 때의 모습 조각들을 서로 꺼내며 맞춰보고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며 지금의 친구를 알아가는 시간이 비현실적인 감동이었다.


각자의 친구들은 또 각자의 친구들이 많이 있지만,

나에게는 유일하게 가장 오래된 친구들.

그래서 나만 깊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30년이 지나도 함께 떠들고 각자의 현재를 공유할 수 있음이 소중했다.


과거와 현재 사이의 공백들이 어색하지 않음에, 함께 한 여행으로 쌓인 채움이 특별식을 먹은 듯한 기분이다.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지만 친구와 함께 떠난 두 번째 여행.

첫 번째 여행도 이 친구들이었으니... 나에게는 인생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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