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떨어져 냉정해지기
몰아치듯 떠밀려 가는 듯한 시간들이 지나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을 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인정받고 싶은 건지) 질병의 강도와 빈도를 겪으며,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음이 진짜라는 걸 경험했다.
폭풍 같은 시기가 지나고,
회복이 덜 된 몸으로 떠난 예정된 유럽여행에서,
온전히 좋은, 온전히 나쁜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가족 동행 없이 떠난 자유여행.
각자의 세월로 스타일이 다른 친구들과 소소한 불편함과 어색함이 있었지만 둥글둥글 넘어가는 연륜으로 커버하며 힐링 시간을 보낸 해피엔딩이면 좋았겠지만...
나름 여행 전문가라 자부하는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남긴 <여권+비상현금+국내신분증 소매치기> 사건으로 실로 강도 높은 충격을 안겨준 시간.
물론 친구들 덕에 아픔의 묽기를 연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 아름다운 결말이려나.
행복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 주는 것이며
우리 삶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삶을 견디는 기쁨, 헤르만헤세, p.67
행복과 고통은 공존한다.
동전 같은 존재인가.
앞면과 뒷면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하나라는 것.
살짝 한걸음 물러나 현상을 보는 연습을 하게 된다.
동굴 속에서 한 계단 올라왔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자꾸 발끝이 미끌려서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포기하고 다시 내려갈까 약해지려는 순간,
시야를 넓혀 미처 찾지 못한 좋은 모습을 찾아보기로 한다.
지나온 순간보다는 나아지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