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아들과 아직도 낯선 엄마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는 복잡하다.

by 레이지제스트

누구나 겪는다는 사춘기라지만.


나의 갱년기가 오다가 달아나는 건가.

아님 오는데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버겁거나.


결국 터지고 말았다.


사람마다 다 증상이 다르다고는 하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사춘기" 증상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걸 보면

"사춘기의 정석"을 벗어나지 않음에 감사해야 하는 건지.


내 인생에 "엄마"를 상상해 본 적이 없어서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두렵기까지 한 시간들이었... 시간이다.


첫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육아 필독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고서는 육아 카페글들을 맹신하며 아이가 보이는 증상마다 의존했다.

둘째가 태어나서도 경험자의 여유는 없었다.

항상 불안하고 내가 뭔가 잘못할까 봐 두려웠다.




그걸 또 하고 있다.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사춘기 필독서"를 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실행하고 있음에 안도하면서도

왜 안 나아지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알았다.

난 내 감정도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친구들과 만나서 놀면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자신도 알 수 없는

짜증과 기분 나쁜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눈물짓던 아이.


그 눈물은 진심으로 보였고

본인이 처음 겪는 감정에 힘들어하는 아이가

안타까웠다.


어른인 나도 감정 조절이 힘든데

아이가 얼마나 힘들까 싶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선"을 어디까지고 해야 하는 것인지

마음을 부대끼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나 자신이 아슬아슬했다.




잠이 안 온다며 새벽에도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선을 넘은 것이라고 그건 안된다고 했다.

알겠다고 했지만

몇 번 반복되었고

여행을 가기 전날,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핑계로

밤을 새우겠다고 했다.

게임을 하면서.


밤을 새더라도 게임을 하는 건 안된다는 나와

대답을 하지 않는 아이.


결국...

울음이 터졌다.

엄마로서의 두려움이 터져버렸다.


어디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것인지.

어느 선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줄다리기에서 줄이 터져버린 순간.


아이도 진심 놀랬는지 안 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사춘기 필독서"에 나온 지침대로 못 한 것 같다.

내가 강을 건너버린 상황이 된 건 같은...


가족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데.

가까이서 보면 복잡하다.

아무리 다시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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