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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 lin May 01. 2024

행복은 찾을 필요가 없다

이미 삶에 만연해 있는 행복

내가 행복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유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행복이라는 게 매우 상대적이라 각자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은 내가 돈이 많아서, 아주 풍족하게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딱히 부족한 게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외 다른 것에 눈을 돌리고 그것들을 내 삶에 끌고 와 행복의 기준에 추가하려니까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게 되고 부족함은 곧 불행이란 감정을 끌어당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다소 개인적이지만 나는 모든 감정을 다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이 달린 방처럼 각 감정이 분리되어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내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의 기분이 어떨까? 슬프고 참담하고 가슴 아플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이 절대 우울이나 불행, 절망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에겐 아예 다른 개념의 감정인 것이다.


인간은 부족함을 느낄 때 불행하다고 느낀다.


사람은 부정적인 것을 다소 극대화시키려는 경향이 있기에 10번 행복하다가도 1번 힘든 일이 닥치면 불행하다고 여기기 쉽다. 우린 살아가면서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잘 먹고 잘 입고 다녔지만 부와는 거리가 있었던 탓에 돈 때문에 매일 고뇌하고 갈등을 빚는 가족의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그 때문에 나 자신을 부추겨서 좀 더 빨리 사회에 뛰어들으려 했던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이런 과거도 행복과 연관 짓는다면 불행 쪽에 속하는 건 사실이다. 이렇듯 어려웠던 상황만 곱씹는다면 나의 과거는 불행하기 짝이 없다고 여기겠지만 그것은 큰 오해다. 그 시련 속에 잠시 감추어져 있던 행복한 순간들이 몇 배는 더 많기 때문이다.


입학식과 졸업식을 함께 해주는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 매년 온 가족이 모여 화목하게 보냈던 명절,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워도 필요한 순간엔 그 누구보다 단합되어 어려움을 극복해 낸 순간 등 그때는 당연하다고 여겼을지 모르는 순간들을 지금 돌이켜보면 확실한 행복 중 하나였다는 것을 느낀다.


이미 삶에 만연해 있는 행복감


혼자 느끼는 행복(소확행)


1. 퇴근 후 즐기는 짧지만 달콤한 휴식


직장인에게 매일 아침 한 가지 간절한 소원이 생긴다. 바로, '퇴근'.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퇴근 후의 삶은 유토피아나 다름없다. 고된 하루 끝에 즐기는 맛있는 저녁, 식사 후 소파에 누워 집에 올 때까지 안 보고 꾹 참아왔던 새로운 유튜브를 보는 시간, 하루 종일 앉아 있느라 뻣뻣해진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과 운동 그 후 즐기는 따뜻한 샤워, 듣고 싶은 팟캐스트를 틀고 여유롭게 즐기는 스킨케어 루틴. 노곤노곤 해진 몸을 바스락거리는 이불속으로 골인시켰을 때 몰려오는 짜릿한 편안함 - 이것만큼 평범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또 있을까 싶다.


2.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될 때의 쾌감


모든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뒤바뀌며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그렇지는 않다. 가뭄에 단비처럼 어떤 날은 일들이 내가 계획해 놓은 스케줄대로 착착 맞춰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왠지 기분이 좋다. "오늘은 뭘 해도 다 되는 날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잘 풀리는 날은 그 쾌감도 남다르다.


3. 혼자 하는 여행


내가 다녔던 여행 중 손꼽히는 최고의 순간들의 절반은 혼자 보낸 시간에서 나온다.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루트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여태껏 사진 찍기에만 혈안이 되어 놓쳐왔던 멋진 풍경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혼자 여행의 묘미는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 때 라고 할 수 있다. 꼭 남들이 정해놓은 필수코스, 맛집들만 도장 깨듯이 가는 것이 아닌 길을 가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에 홀리듯 들어가 나만의 hidden jam을 발견하는데서 큰 행복과 만족감을 얻는다.




타인과 어우를 때 느끼는 행복


1. 나를 걱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안부를 묻는 것이 기본 인사에 탑재된 서양문화와 달리 우리는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소중한 사람들의 안부를 매일 체크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플 때 나를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단순한 “생일 축하해” 한 마디일지라도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감사한 일 중 하나다.


2.  대화, 소통


어쩌면 우리는 소통에 목마른 존재일 수도 있다. 아무리 1인가구가 증가하고 혼자 즐기는 삶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해도, 인간은 결코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다. 주변사람과의 주기적인 대화, 소통을 통해 다소 편협적이었던 시각을 넓힐 수 있고 또 나의 생각이나 관점을 통해 상대방이 큰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도 있다. 무엇보다 타인과의 교류야 말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3.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식사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는 돈, 성공, 명예도 아닌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가족, 공동체와 긴밀한 사람일수록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식사자리만큼 편하고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비싼 고급 레스토랑이라서, 1인당 2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코스요리라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 그 자체가 곧 행복이다.


행복을 빼앗아가는 요소들


1. 돈


인간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돈이 필요하다. 먹고 살아갈 만큼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의 돈.


일정 수준의 돈이 없으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돈 걱정만큼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 넘칠 필요도 없다. 돈은 쓰는 것도 고민이다. 고민일 정도로 가져본 적이 없기에 다소 와닿지 않는 개념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좀 더 이해가 갈 것이다.


근로를 하지 않아도 통장에 쌓여가는 돈을 어떻게 할 줄 몰라 술, 도박 등에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 능력치에 비해 과한 부나 명성을 누리게 되었을 때 그것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양 경솔하게 행동하다가 결국 다시 어려움을 마주하는 사람, 특별한 재능과 노력으로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리고 있지만 마음은 한없이 공허한 사람도 있다. 이렇듯 우리가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결코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가장 어렵지만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다.


2. 건강


건강만큼 행복과 직결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단순 감기만 걸려도 얼마나 힘든가. 일의 능률도 저하되고 몸이 축축 처지며 무엇을 하고자 하는 동기마저 사라진다.


나 자신이 아픈 것도 힘들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아픈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대신 아파주고 싶고, 내가 의사가 되어 당장 고쳐주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은 다해서라도 낫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늙고 병들어가는 순간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생의 일부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잘 알아도 막상 마음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따라서 나 자신부터 건강을 가졌을 때 관리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자세와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있을 때 잘하는 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 남길 수 있다.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기에.




당신이 정의하는 행복은 무엇인가?


행복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반면에 나는 굳이 의미를 찾고 싶지 않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거나 모르겠다면 그 또한 괜찮다. 꼭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가 행복을 찾으려 끝없이 방황하는 대신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을 되새기며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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