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보단 생략이 좋아
약 2-3년 전, 오마카세, 호캉스, 골프 등 화려한 삶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것이 붐을 일으켜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앤데믹을 거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각자 본래의 일상을 되찾아 가면서 이제는 플렉스(flex)도 한 물간 트렌드가 되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인스타그램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것이다. 온전히 자신에 삶에 집중하고자 거리를 두는 사람이 많아지고 더 이상 그런 가상의 공간에 비친 가식적인 삶에 속지도, 그것을 보며 비교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예전보타 화력이 약해지고 있는지, 소위 ‘떡락’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의 견해를 비추어 정리해 보았다.
1. 광고의 급증
어느 시점부턴가 예전엔 보이지 않던 중간광고들이 무분별하게 나타난다. 인스타 스토리를 볼 때도 한 게시물당 하나꼴로 뜨는 바람에 넘기려다가 실수로 눌러버리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런 과도한 광고에 노출되다 보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극심한 피로감을 유발한다. 더불어 광고를 가장한 낚시성 게시물도 판을 치고 있다. 자극적인 타이틀로 클릭수를 유도한 다음 게시물 초입엔 유익한 정보를 풀어내면서 집중력을 끌어당기나 끝에는 결국 본론인 제품 광고를 삽입하는 등 귀중한 유저들의 시간을 빼앗는 게시물들이 만연해 있다.
2. 릴스
웃긴 밈이나 각종 꿀팁 등 빠른 시간 안에 핵심 정보만 습득할 수 있다는 면에서 릴스는 제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순수한 의도를 담은 릴스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목을 끄는 썸네일과 타이틀로 조회수를 유도하지만 막상 게시물에는 제목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 담겨 있거나 타이틀의 자극성에 비해 심심한 내용, 무미건조한 내용만 가득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망감을 안긴다. 또 하나의 밈이 탄생하면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너도나도 오마주를 하는 탓에 봤던 밈을 또 보게 되는 재탕, 삼탕 현상이 발생하여 나중엔 누가 원작자인지도 모를 정도로 같은 레퍼토리의 릴스가 무분별하게 퍼지게 된다.
3. 댓글창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기사, 유튜브 등등 본문의 내용보다 댓글창을 먼저 열어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한 드립을 치는 댓글을 볼 때면 육성으로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 많다. 도파민러시 같이 즉각적인 흥미를 자극시키는 면에서 댓글 읽기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채워줄 때도 있지만 주제를 벗어나 오직 비방을 목적으로 한 댓글, 핀트를 못 잡고 동문서답하는 댓글, 매우 편향된 시각이 도드라진 댓글 등 마냥 웃고 넘어가기에는 부적절한 댓글이 많이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때론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4. 노출보단 생략
이전에는 본인의 일상 일거수일투족을 시간단위로 올리며 자신의 삶을 과도하게 노출시키는 사람이 많았다면 요즘은 ‘생략’과‘프라이버시’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많아진 느낌이다. 개인생활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오직 포스팅을 위해 멋진 곳을 가거나 값비싼 제품을 사는 등 무분별한 소비가 줄어들고 포스팅에 할애하는 시간을 나를 위해, 좀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어 시간 절약 측면에서도 톡톡한 역할을 한다.
인스타그램은 현대판 디지털 명함과도 같다. 이미 개개인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기에 하루아침에 떡락하진 않겠지만 우리가 싸이월드-페이스북을 거쳐 여기까지 왔듯 SNS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큼의 강력한 대체제가 나타난다면 언젠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