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vs 30대

나이 먹는 게 마냥 싫진 않은 이유

by 린 lin

정말 별거 있다면 있을 또 없다면 없을 20대


10대 때 꿈꾸던 20대는 어른 그 자체였다.

번듯한 직장에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 된 나, 어릴 땐 도통 어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던 사회, 경제, 법 등 모든 분야에 지식이 생기고 어려운 용어도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 만 같았던 기대, 자동적으로 독립심도 생기고 돈 관리도 잘해서 이때쯤엔 집을 사고 이때쯤엔 차를 사고, 20대 후반쯤엔 어른들이 거쳐온 수순대로 자연스레 반려자를 만나 결혼하고 출산을 생각하고.. 모든 일들이 때에 맞게 흘러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성인이 된다는 생각에 찐 어른이 되어있을 것만 같았던 20대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10대의 연장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모르는 것 투성이에 끊임없이 부딪히고 방황하고 바닥도 찍어보다 서서히 올라가는 등 업 앤 다운의 연속이었다.


물론 성숙함과 자립심은 20대 초반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을 완전한 어른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아직도 경험할 것 투성이에 모르는 것투성이다. 나는 이 느낌이 40대, 50대가 된다 해서 크게 달라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통달했다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그냥 부딪히고 경험하고 깨닫고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인생이며 그런 깨달음을 주는 일들은 언제든 예고 없이 찾아오기에 마냥 나이가 많다해서 삶에 모든 것을 다 통달하고 마스터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30대가 되니 달라진 점


첫 번째, 사진 찍기와 멀어진다.

사진 자체에 대한 욕심이 없어질뿐더러 카메라를 켤 생각 조차를 안 하게 된다. 모든 걸 찍어야지, 기록으로 남겨두어야지 하는 압박이 사라지면서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하다 보니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 특히 눈에 띄게 줄은 게 셀카. 어렸을 땐 무조건 화장만 하면, 외출만 하면 셀카로 기록을 남겨두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한 껏 꾸미고 외출할 일도 적어졌을뿐더러 모든 게 다소 귀찮아진다.


두 번째, 밤샘이 힘들어진다.

철근도 씹어먹을 나이인 20대는 외출이 전혀 귀찮지 않았다. 두 시간 이상씩 화장에 앉아 치장하는 게 즐거움이었고 친구들과의 만남이 매일매일 새롭고 짜릿했다. 이틀 연속 음주에 밤샘을 해도 지치는 법을 몰랐고 숙취도 잘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노는 것에 대한 흥미가 숙취를 이길 만큼 압도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이젠 '일'로 다가오며 뭐든지 집에서 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한 번 밖에서 만날 생각 하면 장소/메뉴선정, 날씨, 귀갓길 등 고려해야 될게 이만저만이 아니라 모든 게 다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홈파티는 귀가 걱정 없이 편한 차림으로 모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동이나 준비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고 대화에만 집중하면 된다. 밖으로 나가는 즐거움보다 집에서의 효율과 편안함을 더 높게 치게 되는 듯하다.


세 번째,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변화

이제는 뭘 해도 안될 것 같은 관계를 애써 붙잡거나 개선하려기 보단 느낌상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겠다 싶은 관계는 미련 없이 놓게 된다. 놓는 것에 대한 망설임, 후회가 줄었으며 인간관계에 감정을 덜 소모하게 된다.


네 번째, 어른들의 말을 가려듣게 된다.

줄곧 어른들의 말은 옳다고 믿어 왔다. 지금도 경험에서 나온 조언에는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어른의 말이 정답일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선택이 다르기 때문에 그 경험에서 나온 조언은 상황에 따라 지나치게 주관적이거나 고집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이젠 조언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현재 내 상황에 적용 가능한 부분만 선별해 받아들이는 쪽을 택하게 된다.


나이 먹는 게 마냥 두렵지 않은 이유


나이를 먹는다는 건, 버티는 법을 배웠다는 뜻이고 여태까지 차곡차곡 쌓여왔던 인생의 경험치를 통해 마음의 여유라는 게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꼭 모든 걸 갖춰서 나오는 여유라기 보단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의 윤곽이 잡히면서 잡아야 할 땐 잡고 놓아야 할 땐 미련 없이 놓을 줄 아는 유연함이 생긴다. 예전엔 남들 기준에 나를 맞추느라 늘 조급했고 지금은 내 속도대로 가도 된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인생은 끝없는 비교의 연속이지만 적어도 20대보단 덜해진다.


30대는 조금 더 ‘선택할 수 있는 나이’ 같다. 덜 흔들리고, 사람을 고르는 눈도 생기고, 무작정 참기보다는 내가 지켜야 할 선이 뭔지도 알게 되는 나이. 완전히 단단해지진 않았지만 부서져도 다시 일어나는 방법 정도는 아는 나이. 그깟 일 하나로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태연함과 덤덤함을 갖추게 되는 나이. 또 아직 해보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곳,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등 세상은 너무 넓으며 늦었다고만 단정하기엔 아직 이른 나이이기에 20대와는 다른 30대만이 주는 특별한 설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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