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해결할 것과 기능으로 해결할 것에 대한 구분
14년간 PM으로 일하면서 수십 개 회사의 기획 리뷰에 참여해봤어요. 그때마다 PM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이 화면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나요?
놀랍게도 이 질문을 받은 PM 10명 중 7명이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어요. 특히 화면 기획을 PM의 핵심 업무로 보는 조직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어요. 문제 정의는 완벽하게 하다가도 화면 설계 단계에 들어서면 갑자기 방향을 잃었던 것이죠. 마치 GPS로 목적지는 정확히 설정했는데, 운전하다 보니 예쁜 카페를 발견해서 원래 가려던 곳을 까먹고 그쪽으로 향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화면 기획 시작 전 30분간의 '문제 재정의 시간'을 갖는 거예요. 이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이 있는데, 이 질문들만 제대로 답할 수 있어도 기획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요.
PRD 작성하거나 기능 요구사항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서 "아, 이 문제는 이렇게 화면 바꾸면 되겠네"라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저도 초기 PM 시절에 이런 실수를 수없이 반복했거든요.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할지, 기능/기획으로 해결할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에요. 이 판단 능력이야말로 시니어 PM과 주니어 PM을 가르는 핵심 역량 중 하나라고 확신해요.
실제로 제가 겪었던 사례를 말씀드릴게요. 구독 서비스 CS팀에서 "사용자들이 구독 결제 기간을 자꾸 놓쳐서 매번 재결제하고, 결제 날짜를 이전 날짜로 맞춰달라는 요청이 월 평균 247건씩 들어온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처음 제 반응은 전형적인 '디자인 개선'이었어요. "구독 만료 알림을 더 눈에 띄게 만들어야겠다", "로그인하자마자 팝업으로 띄워주면 되겠네" 이런 식으로 접근했죠.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파고들어 보니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어요. 문제는 화면이 아니라 기능/기획 결함이었어요. B2B 구독 서비스 특성상 구매 담당자와 실제 사용자가 달랐는데, 알림이 구매 담당자에게만 가고 있었던 거예요. 실제 사용자들은 구독이 끝나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셈이죠. 결국 저는 화면 디자인을 단 하나도 바꾸지 않고 알림 발송 로직만 개선했어요. 구매 담당자뿐만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에게도 구독 만료 7일 전, 3일 전, 당일에 각각 알림을 보내도록 했죠. 결과는 놀라웠어요. 개선 후 구독 갱신 관련 CS 요청이 월평균 10건에서 0건으로 완전히 사라졌어요. 말 그대로 100% 효과를 본 거죠.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디자인 vs 기능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실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사용하는 체크리스트예요:
1단계: 문제의 본질 파악
사용자가 진짜로 불편해하는 지점이 어디인가?
이 불편함이 '보는 것'의 문제인가, '하는 것'의 문제인가?
현재 프로세스에서 불필요한 단계는 없는가?
2단계: 해결 방향성 결정
화면을 바꾼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될까?
프로세스를 바꾸면 화면을 건드리지 않고도 해결될까?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하는 문제일까?
특히 2단계에서 중요한 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것이에요. 이렇게 판단해보니 결국 아래와 같은 기준이 생겨나더라구요.
디자인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
사용자가 기능을 찾기 못하는 경우
브랜드 인식이나 감정적 몰입이 필요한 경우
기능/기획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
근본적으로 프로세스가 복잡한 경우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 자체가 없는 경우
시스템 간 연결이나 데이터 처리가 비효율적인 경우
이렇게 일하면 어떤 점이 좋아졌는지 많이 물어보시더라구요. 저는 이렇게 기능과 디자인으로 해결 포인트를 나눠서 접근하다 보니 시간과 비용 대비 효과를 확실히 보고 있어요.
디자인으로 해결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구현 (2-4주)
시각적 임팩트가 크다
하지만 근본 문제가 남아있을 수 있다
기능/기획으로 해결하면:
개발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4-12주)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적다
하지만 장기적 효과가 크다
어떠한 문제냐에 따라, 회사의 제품, 고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디자인과 기능,각각 어떤 기준을 세울지 각자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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