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그러나 전혀 가볍지 않게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는 무엇이 있는가. 천천히 돼 내어보면 공룡, 로봇, 자동차와 같은 장난감이 많았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시기 무기와 관련된 장난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BB탄총과 같은 그런 장난감들이 늘어났다.
어린 시절 가지고놀던 장난감의 종류는 어른이 된 시잠에서도 연장선상에 놓여있을 수 있다. 흔히 프라모델이라고 불리는 조립형 장난감들은 로봇이나 무기의 형상을 한 제품이 많다. 마치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무기 형태의 장난감은 실제 무기와는 다른 이미지를 지닌다.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의도를 지닌 실제 무기와는 달리 장난감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도구이다. 무기와 형태를 공유하지만 의도는 전혀 다른 대척점에 위치한다. 이는 우리가 장난감 무기에 대해 실제 무기와 달리 심리적인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장난감 무기의 특징을 잘 이용한 작가가 바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임국 작가이다. 5월 10일부터 5월 24일까지 양정원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임국작가의 작품 가운데는 마치 장난감 탱크의 박스를 그린듯한 작품이 존재한다. 캔버스의 정면 귀퉁이에는 상표가 그려져 있으며 이는 측면 네 귀퉁이에도 그려져 있다. 우리는 이런 기표를 통해 장난감 탱크의 모습임을 인식한다.
이렇게 장난감 탱크로 인식된 그림 속 탱크는 일반적인 작품에서 보이는 탱크와 다른 이미지를 지닌다. 차갑고 무서운 이미지의 탱크가 아니라 집에 장식하기 위한 장난감으로서의 즐거움을 지닌 이미지로 변화한다. 작가 스스로가 ‘쿨’ 한 작업을 하고 싶다고 과거에 이야기한 그대로의 작품이 나타난 것이다.
개인적으로 무거운 주제에 대한 유머러스한 접근이 이따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선적이고 1차원적인 전달이 아닌, 장난감이라는 형태로 한 번 변형된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사물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이따금씩은 무게를 낮출 필요가 있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