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동선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우리가 미술관을 방문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전시를 보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전시장의 공간이 보통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방문하는 전시장은 방 단위로 구성된다. 사각형의 공간 벽면이나 중앙에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움직임으로 전시를 관람한다. 이따금씩 전시 관람 방향을 지정해 주는 전시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전시는 관람객의 자유에 맡긴다. 공간에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는 정해져 있을지언정 감상 방식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3회차를 맞이한 <워치앤칠>은 전시 구성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정해진 입구와 출구가 있는 전시공간은 마치 갈림길 없는 미로와도 같다. 면이 이니라 선으로 구성된 전시 동선은 기획자가 의도한 경로와 방향으로만 관람객들이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관람 순서에 자유를 주던 기존 미술전시와는 다른 방식의 동선 유도 방식이다.
이런 동선 구조는 <워치앤칠>의 전시 특성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영화나 영상작업을 감상할 때 되감기는 불가능하다. 집에서 개인적으로 감상하는 영상이 아닌 이상 영상물은 계속해서 흘러가며 같은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감상해야 한다. 이는 <워치앤칠>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물론 관람객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의 동선을 뒤감기할 수 있다. 그러나 출구방향에 표시된 비상구등과 초록 조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재생방향에 따라 움직이게끔 유도한다.
이처럼 영상이라는 매체와 어울리는 전시구성인 <워치앤칠>이지만 여전히 영상으로만 가득 찬 전시라는 점에서 피로감을 유발한다. 기나긴 영상이 수십 개 위치한 전시는 나로 하여금 탈진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동선에 있어서 되감기를 제한한 이번 전시는 새롭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