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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색 선글라스 Oct 29. 2023

밤의 비행, 낯선 비행기, 새로운 시작

미술대학원생의 일본여행 일탈

이번 여행의 시작에서 가장 특이한 점을 꼽자면 바로 항공사의 선택이다. 우선 설명하자면 나는 새로운 항공사를 타보는 걸 매우 좋아한다. 부산 서울을 오갈 때도 거의 모든 항공사를 다 타보고 일본을 올 때도 타본 항공사가 아시아나 전일공수(ANA)부터 진에어 피치항공까지 다양하게 이용해 보았다. 항공사마다 비행기의 분위기가 다르고 이는 서로 색다른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살면서 아프리카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 볼 기회기 몇 번이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찾은 에티오피아 항공은 너무나도 구미가 당기는 항공사였다. 토요일과 수요일 두 번만 운행하는 에티오피아 항공의 서울-도쿄 노선은 애초에 토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여행을 계획하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거부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심지어 모든 선택지 중에서 가장 저렴하기까지 했으니…..


33으로 이뤄진 보통의 일본행 비행기가 아닌 333으로 이뤄진 매우 넓은 기체, 레그룸도 성인 남성 기준 매우 널널했다

새로운 분위기를 기대하며 오른 에티오피아 항공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선 아디스아바바에서 서울을 거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라서 그런지 단거리 노선에 걸맞지 않는 매우 넓은 비행기가 쾌적하게 맞이했다. 심지어 작은 배게까지 주고 말이다.


이렇게 넓은 비행기는 매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심지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노선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합쳐도 절반이 될까 말까였다. 전원이 에티오피아인으로 구성된 승무원도 아시아 노선에서 경험해 보기 힘든 일이었지만 승객의 구성은 더욱 흥미로웠다.

파운드 케잌인줄 알고 실망한 디저트는 너무나 맛있는 케잌이었다
생애 첫 에티오피아 맥주,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색다른 분위기로 이륙한 항공기 안에서 국적기만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바로 기내식이다. 1시간 50분 남짓의 짧은 비행이지만 에티오피아 항공은 너무나도 훌륭한 기내식을 제공해 줬다. 심지어 같이 마신 에티오피아 맥주도 너무 맛있어 행복감을 주었다. 이렇게 행복감을 가득 머금은 비행기는 오후 8시 나리타 공항으로 착륙했다.

이 문구를 찍을 때 까지만 해도 빠져나가기 위해서 30분이 걸린다는건 상상하지 못했다

공항에 들어서니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으로 가득 찬 항공기는 너무나도 긴 외국인 줄을 만들어냈으며 입국 심사 시간을 너무나도 늘려놨다. 그래도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짧았으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바로 수하물이다. 오전 인천에서 전시를 보고 넘어간 공항은 저녁 비행기임에도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고 결국 일찍 탑승 수속을 진행했다. 일찍 진행한 탑승 수속은 늦은 수하물 찾기로 돌아왔고 시간은 너무 지체되었다.

목욕후에는 커피우유

그렇게 나는 오늘 10시 반에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핼러윈 시즌으로 인해 호텔이 너무 비싸 캡슐호텔을 잡았기에 큰 기대를 안 하고 숙소로 들어섰지만 숙소는 너무나 기대 이상이었다. 비행기에서 쌓인 여독은 지하의 목욕탕으로 해소할 수 있었고, 목욕을 하고 난 후 마신 커피우유 한 병은 너무나도 단맛이 몸에 스며들었다.

우선은 생맥

이후 라운지에서 시킨 곱창된장조림과 생맥주를 먹으며 내일의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일본 미술관들이 일요일에 휴관이 많아 계획이 틀어졌으나, 일요일에 가려했던 호쿠사이 미술관이 다행히도 휴관일이 아니었다. 이에 안도하며 계획을 마저 새운 뒤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이제 내일부터는 이 여행이 본격적인 시작을 맞이한다.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것을 마주할지 기대하며 잠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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