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대학원생의 일본여행 일탈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실제로도 엄청나게 더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7,8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동안 나의 여름은 너무나도 더웠다. 매일같이 통풍도 되지 않고 냉방도 되지 않는 지하에서 공간을 만들고, 벽을 새우고, 페인트를 칠하던 나는 너무나도 여름이 더웠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왔지만 여전히 나는 더위에 가득 먹혀 있었다. 새로운 공간을 전시로 채워야만 했으며 채워진 전시를 바탕으로 내년의 지원사업을 준비하는 나날만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대학원의 새 학기가 함께 시작되었다. 여전히 내 주변의 더위는 가실 줄을 몰랐고 나는 여전히 여름의 연장선상에 붙잡힌 채 일상을 연장해 나갔다.
그리고 이 기나긴 여름이 드디어 어제 끝났다. 서울문화재단의 공모사업을 제출함과 동시에 전공 수업의 중간발표도 끝이 났으며 나는 드디어 나를 잠식하고 있던 이 무더위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 무더위는 나의 에너지를 약간만 남기고 태워버렸다. 열기는 스스로의 에너지를 먹으며 커지고 있었고 어제 소화작업이 진행되기 전까지 나는 계속해서 더위를 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이 에너지를 다시 채우러 일본으로 떠난다.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학기 중, 비수기의 여행이라는 하나의 일탈은 나에게 에너지를 제공해주려 한다. 새로운 전시,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음식을 찾아 에너지를 채우고, 또 앞으로 일본에 있을 8일간의 기억 중 인상적인 기억을 다시금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