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s Blues
요즘 전시를 볼 때마다 약간의 회의감이 들고 만다. 전시장에 방문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새로운 시각적인 자극을 제공할 작품들이 아니다. 벽면 빼곡히 쓰여있거나 종이 한가득 적혀있는 글들이 나를 마주한다. 이런 문자의 습격은 나로 하여금 전시를 보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런 글을 하나도 보지 않고 전시를 보면 되지 않냐고 되물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란 문자 중심의 전시에서 텍스트를 무시하는 순간 전시는 껍데기만 남는다. 작가의 이미지를 해독할 수 있는 해독표는 온데간데없는 상태에서 작품의 해독을 시도해 보지만 항상 돌아오는 결과는 실패뿐이다.
그러나 이번에 관람한 인천에 위치한 부평 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전시 <Blue‘s Blues>는 이런 문자로부터의 속박을 벗어던졌다. 전시장에서 우리에게 제공되는 문자는 매우 짧고 간결하다. 기존 전시들에서 드러나는 글자의 홍수는 여기에 없었다.
그럼에도 전시장은 제목에 충실했다. 파랑이라는 제목에 맞게 푸른 조명과 푸른 톤의 작품은 공간의 색채를 파랑으로 만들었다. 색채가 맞춰진 공간 안에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채워져 작품 이해 과정의 머리 아픔을 덜어주었다.
이처럼 시각, 이미지가 중심이 된 전시는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전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시는 더 이상 논문 발표회가 아니다. 이미지를 느끼고 시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전시 공간이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