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이 섞이며
미술관에 전시되는 대부분의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는 시각을 통해 작품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방식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동일하게 진행된다. 일부 관객참여형 작품을 제외하면 관객과 작품 간의 촉각은 단절된다.
하지만 완벽한 평면인 작품은 존재하기 어렵다. 작품의 재질이 지닌 촉각적인 느낌, 덕지덕지 발려있는 물감이 어떤 촉각적인 느낌을 지닐지에 대한 궁금증은 오직 상상력만이 구현 가능하며 현실에서 직접 체험할 수는 없다.
이런 작품 감상에서 나타나는 촉각의 부재를 서울공예박물관은 보조적인 도구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상설전시인 <자수 꽃이 피다>는 자수를 이용한 작품을 전시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자수 작품은 오랜 세월을 견뎌낸 작품이며 관람객이 직접 만질 수 없다. 그러나 자수는 단순히 이미지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작품의 기증자 허동화는 자수에 대해 “한국의 자수는 자수 그림이 아니라 자수 조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수는 입체성을 지닌다.
관객에게 입체성을 전달하는 방법과 작품의 보호 간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서울공예박물관은 견본을 사용한다. 전시되는 작품에 사용된 재료, 자수가 놓인 문양, 실제 자수를 견본으로 제시하며 관람객이 촉각적인 체험이 가능하게 한다. 관람객에 촉각적인 체험이 이뤄짐과 동시에 견본 앞에 놓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복합적인 감각이 동시에 이뤄진다. 이는 자수가 지닌 입체성을 강조할 수 있는 훌륭한 전시방법으로 보인다.
이처럼 더 이상 전시는 평면적인 시각정보 전달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비단 촉각뿐 아니라, 청각, 후각적인 요소를 통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서울공예박물관의 <자수, 꽃이 되다>는 다양한 감각이 공존한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