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더해서 전시를 완성하다
우리는 미술을 분류할 때 시각 문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회화, 조각, 영상과 같은 미술 작품들은 시각을 통해서 우리에게 제공되며 미술에서는 시각이 가장 중요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감각은 중요하지 않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먼저 청각적 문화로 볼 수 있는 음악의 경우에도 시각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인 콘서트의 경우 음악의 퀄리티와 함께 무대의 구성이 매우 중요하며, 뮤직비디오의 영상, 앨범커버의 디자인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들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이는 미술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영상에서 나오는 사운드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지도 중요하며, 미술관과 다른 문화 시설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 음악이 깔린 채로 진행되는 전시 역시 존재한다. 미술관에 깔려있는 음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작품을 읽어내는 데 있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미술관의 사운드 활용은 하나의 큰 문제점을 지닌다. 바로 사운드를 공간에서 제어하는 방식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이다. 우선 스피커를 통해 제공되는 사운드는 서로의 간섭을 일으킨다. 서로 간섭된 사운드는 이따금 관람객으로 하여금 불쾌함을 느끼게 만들며 관람 경험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식이 바로 헤드셋의 사용이다. 그러나 헤드셋은 관람인원 수의 제한을 만듦과 동시에 관람객의 행동반경에 제약을 만든다. 이는 공간을 채우는 용도로 사운드를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관람객 개개인이 지는 휴대기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아모레퍼시픽미술관과 같은 공간에서 오디오가이드를 제공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어플이나 QR코드를 통한 정보 제공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을 잘 활용한 전시로 5.3-17일 온수공간에서 진행되는 영원 작가의 개인전이 있다. 영원 작가는 각 작품이 놓여있는 벽면에 QR코드를 부착하고 각 방에 어울리는 음악을 제공한다. 이는 전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공감각적 경험 제공을 위한 새로운 시도의 올바른 적용으로 볼 수 있다.
물론 QR을 통한 청각적 경험의 제공은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기획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한계를 인지하고 장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단점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